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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기 시인 / 오래된 집
부서지는 별빛 받아 산그늘에 바람 추워
낡은 지붕 담장 아래 풀벌레가 모여 사는
골 깊어 무거운 적막 배나무집 안마당
할머니 기침 소리 멀리 떠난 산울림
대문채에 반쯤 기댄 감나무 늙은 가지
먹다가 남은 까치밥 이가 시린 조각달.
홍진기 시인 / 봄내음
아픔을 먹지 않은 내 시는 부실하고
추위를 모르고 핀 꽃은 마냥 싱겁더라
눈물은 그래서 짜고 꽃은 연년 향그러워
가슴에 봄을 품으니 소매 끝에 향이 돌아
산머리에 도는 구름 설마 혼자 왔을라고
봄비가 다녀간 자리 천지 사방 꽃불인 걸.
홍진기 시인 / 고향 환상
강둑 따라 십릿길에 징검다리 건너 또, 저만치
자연못 구비 돌아 할머니 산소 지나
돌개울 눈 녹는 바람 산수유 볼이 시려
산을 친친 봄이 감고 아지랑이 타는 한낮
쑥국새 목멘 울음 고개티에 숨이 차서
간간이 우는 송아지 짝을 찾는 까투리
강남 제비 돌아온다 기별 주고 가는 새떼
내 소녀 쑥 바구니 갸우뚱 쏟아놓고
춘궁기春窮期 긴긴 하루해 가슴으로 앓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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