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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진기 시인 / 오래된 집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3.

홍진기 시인 / 오래된 집

 

 

부서지는 별빛 받아 산그늘에 바람 추워

 

낡은 지붕 담장 아래 풀벌레가 모여 사는

 

골 깊어

무거운 적막

배나무집 안마당

 

할머니 기침 소리 멀리 떠난 산울림

 

대문채에 반쯤 기댄 감나무 늙은 가지

 

먹다가

남은 까치밥

이가 시린 조각달.

 

 


 

 

홍진기 시인 / 봄내음

 

 

아픔을 먹지 않은 내 시는 부실하고

 

추위를 모르고 핀 꽃은 마냥 싱겁더라

 

눈물은

그래서 짜고

꽃은 연년 향그러워

 

가슴에 봄을 품으니 소매 끝에 향이 돌아

 

산머리에 도는 구름

설마 혼자 왔을라고

 

봄비가

다녀간 자리

천지 사방 꽃불인 걸.

 

 


 

 

홍진기 시인 / 고향 환상

 

 

강둑 따라 십릿길에 징검다리 건너 또, 저만치

 

자연못 구비 돌아 할머니 산소 지나

 

돌개울

눈 녹는 바람

산수유 볼이 시려

 

산을 친친 봄이 감고 아지랑이 타는 한낮

 

쑥국새 목멘 울음 고개티에 숨이 차서

 

간간이

우는 송아지

짝을 찾는 까투리

 

강남 제비 돌아온다 기별 주고 가는 새떼

 

내 소녀 쑥 바구니 갸우뚱 쏟아놓고

 

춘궁기春窮期

긴긴 하루해

가슴으로 앓고 있네.

 

 


 

홍진기 시인(소설가)

1936년 경남 함안군 가야읍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과 졸업. 1979년 『현대문학』 시, 1980년 『시조문학』 시조 천료. 시집 『무늬』 『낙엽을 쓸며』 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창원시문화상 등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