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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정 시인 / 회화나무 무릎을 베고 누워
늦은 봄날이 우듬지에 파란 물을 들이붓는다 나뭇가지가 살아난다
직박구리 몇 마리 날아와 부리를 문지르자 늦게 말문을 튼 아이처럼 나무도 수다스럽다
아이들이 돌아간 오후 빈 교실로 회화나무를 부른다 땀 흘린 아이들을 품어 기꺼이 품을 내어주던 넉넉함으로 녹색그늘이 따라온다
회화나무 그늘을 베고 눕는다 이 아늑함이 내 것이라니 정신없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직박구리들 사이 나뭇잎 푸릇한 숨으로 물들인다
남유정 시인 /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영 사라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오고야 말 몸짓이다 사랑도 내게서 내게로 숨어들었거니 나무들은 제 몸에 감춘 꽃을 미리 꺼내지 않으니 더딘 걸음으로 애태우며 오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니 저 먼 사막까지 마중하는 것이니 대추가 찬바람 속에서 마침내 붉어지듯 해금의 심장에서 자진모리로 우는 숨을 꺼내듯 견딜만큼 견딘 구름이 단숨에 쏟아져 내리듯 기어이 한바탕 춤이어도 좋다
남유정 시인 / 꽃이 돋는 까닭
내가 흔들리는 것은
당신을 향해
마음이 가지를 뻗으려 하기 때문
당신을 향해
그 단단한 거죽을 뚫고 나오려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
남유정 시인 / 단추
단추 하나가 툭 떨어진다
그 순간 인천구치소 찬 마룻바닥 빨갛게 언 너의 맨발에 똑 떨어지던 한 방울의 눈물이 떠오른다
반짝이는 단추처럼 별이 빛나는 밤 고흐는 아를르의 밤하늘에서 거친 빛의 소용돌이를 읽고 별이 된다 떨어진 단추를 단다 반짝이는 우주에 매달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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