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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희 시인 / 열락 바람
도심 뒷골목에 바위 하나가 있다 그 바위를 무시로 타고 문지르던 햇살의 등덜미 피해 습한 틈새에 발 곧추세운 이끼처럼 기뻐하고 즐거워야 할 말이 있다 끈질긴 열락(悅樂)이 문드러질 때까지 모두 열락을 꿈꾸고 싶었으리라 삼키고 내달리고 윽박지르다 엉뚱하게 전달되는 말처럼 소리나는 대로 쓰고 뱉기 바람 바르게 고쳐 읽지 않기 바람 이걸 보는 사람은 즉시 제대로 고쳐지기 전에 내내 기뻐하고 즐거워하길 바람 열락 바람의 염원으로 눈 밝은 이들에게 연락 바람
고궁 담벽 한 모서리에 제멋대로 휘갈겨 쓴 전언이 달려온다 지금부터라도 열락을 꿈꾸라며 쿡쿡 웃는 옆구리 사정없이 찔러댄다
구순희 시인 / 방언
해독 불능의 말이 터지고 있다 속엣말 터뜨리지 못해 애태우면서도 좀체 발화점을 찾지 못한 듯 걀걀걀걀, 그르렁 그르렁 목구멍까지 울분이 차오른 듯 시원하게 내뱉지 못해 답답한 천식이 끓고 있다 똑같은 짓 그만하라 해도 억울해, 억울해 소리지르며 포화 상태로 아우성이더니 한순간 웩웩거리더니 찬물 뒤집어쓴 듯 천식이 멈춘다 엉금엉금, 뒤죽박죽이 뚝! 정신없던 난장판이 해갈되었거나 물러난 듯 낯선 향기가 못내 익숙하다 그 뒤끝이 지독하다
드디어 원두 커피 다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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