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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시인 / 양이 사라진 쪽
무리에서 나온 양이 울타리 주위를 돌며 뿌리가 뽑힌 풀을 먹었다 양은 가장 따뜻한 나무 울타리에 몸을 비볐다 언제부터인가 양은 차가운 별을 품으며 꿈의 끝자락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에 쓰러진 큰 나무 기둥에서 잔가지들이 곧게 자라고 있었다 초록의 길은 잘못 들어선 곳이었다 양이 다니는 곳은 길이 되었고 속이 빈 나무에 갇혀도 유쾌하게 웃었다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울타리 안에서 서로 몸을 비비는 양들이 편안해보였다 양은 발랄하게 뛰기 시작했다 양의 발에 뿌리째 뽑힌 풀이 허공에 던져졌다 안에 있던 많은 별이 밖으로 나와 팝콘처럼 팡팡팡 터졌다 양은 꿈꾸는 듯 별을 끌어안았다 양들이 환해진 밤하늘을 보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울타리 안에서 풀을 뜯었다 가끔 양들은 양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 <열린시학> 202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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