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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경 시인 / 오일러의 꽃
?, 너는 허깨비 탈을 쓴 아이, 만나는 시인마다 길을 잃게 하는 아이, 태생이 방정식이고 사명은 數나라의 영토 확장, 너 없이는 파동조차 그릴 수 없다. 너로 인해 문명이 풍요로워졌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었다.
?, 너는 숨어서 사람을 희롱하는 꾀돌이, 너는 무수히 나누어진 파이 조각, 하나씩 가감할 때마다 더 근접하지만 끝내 점령할 수 없는 땅, 너는 삼각함수의 단골 메뉴, 수시로 컴퓨터의 성능을 테스트하며 미소 짓는다.
?, 너는 數나라의 기둥, 아무리 미분해도 불변이다. 너는 무엇 때문에 아래만을 고집하느냐, 1과 연합하여 數나라를 통일하고 0이 되려 하였느냐, 수백 년을 들여다봐도 알 길 없는 너.
한 알의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켜지고 자동차가 달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불멸의 꽃이 되었다.
― 시협 2020 사화집 『꽃』, 2020. 12.
이시경 시인 / 눈
그들은 호흡을 하자 얼음 구름 위에서 울었고 염색체가 다른 울음을 만나 서로 연인이 되었다 연인 사이에는 떨림이 있었다 가까우면 세지고 멀어지면 누그러졌다 구름은 쉬지 않고 흘러갔다 구름에 따라 달라지는 떨림 그 크기와 진동수가 달라졌다 우주는 연인의 이야기로 그득했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문자들 수많은 하늘의 별과 지상의 나뭇잎 암모나이트, 고생대 파충류의 기록을 가시가 달린 육각형 문양으로 찍어내고 있다 불바다 위로 시조새가 난다 원시인들이 매머드를 쫒는다 적체된 지구 이야기가 와락 쏟아진다 뉴욕, 런던, 베이징, 서울의 하늘 위에서 그들이 몸으로 그린다 쓴다 쓰다가 운다 웃는다 수소와 산소가 쓴
사랑 이야기다
계간 『애지』 2012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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