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현협 시인 / 좁교*는 살아 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8.

이현협 시인 / 좁교*는 살아 있다

 

 

사라진 신의 발자국을 찾아

험준한 신의 자락을 염탐하는 벗들이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사철 뿔에 고드름을 달고, 평생 등짐으로

촐라체*를 돌고 돌아 설원에 잠이 들 때까지

설움을 삭이고 만년설에 집을 지은

나를 찾아 나서는 너는

나였다

 

*좁교:짐을 나르는 동물. 야크와 물소의 교배종.

*히말라야 촐라체(6,440m)

 

 


 

 

이현협 시인 / 꽃 멀미

 

 

구름 소리에 눈을 떴다

하얀 문이 열리고 그늘이 눈부시다.

뿌연 눈송이 사이로 아이들은 병아리처럼 뛰어놀았다.

길은 솜털처럼 떠올라 마른 목으로 술술 넘어갔다

텅 빈 벽장 속에서 낮은 기도가 들려온다

꼬부랑 각시와 구멍난 콘돔처럼 뒹굴던 저 사카린을 풀어 놓은 방

문지방을 기웃대던 어설픈 발자국들이 잠이 들고

꽃 멀미에 지친 꼬부랑 각시를 기다리는

오래된 의자 혼자 깨어 있다

 

 


 

이현협 시인

경기도 포천 출생. 2004년 《시현실》등단, 2006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현재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사사 회원, 시산맥 회원. 한국시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