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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협 시인 / 좁교*는 살아 있다
사라진 신의 발자국을 찾아 험준한 신의 자락을 염탐하는 벗들이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사철 뿔에 고드름을 달고, 평생 등짐으로 촐라체*를 돌고 돌아 설원에 잠이 들 때까지 설움을 삭이고 만년설에 집을 지은 나를 찾아 나서는 너는 나였다
*좁교:짐을 나르는 동물. 야크와 물소의 교배종. *히말라야 촐라체(6,440m)
이현협 시인 / 꽃 멀미
구름 소리에 눈을 떴다 하얀 문이 열리고 그늘이 눈부시다. 뿌연 눈송이 사이로 아이들은 병아리처럼 뛰어놀았다. 길은 솜털처럼 떠올라 마른 목으로 술술 넘어갔다 텅 빈 벽장 속에서 낮은 기도가 들려온다 꼬부랑 각시와 구멍난 콘돔처럼 뒹굴던 저 사카린을 풀어 놓은 방 문지방을 기웃대던 어설픈 발자국들이 잠이 들고 꽃 멀미에 지친 꼬부랑 각시를 기다리는 오래된 의자 혼자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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