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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솔내 시인 / 바다 호텔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8.

임솔내 시인 / 바다 호텔

 

 

바닷물이 가슴속까지 들이치는

그림보다 예쁜 방에 여장을 푼다

바다 쪽으로 귀를 열고 짠 내를 맡는다

밤이 되자

까맣게 소등을 한 채

바다는 잠들지 못했다

쏴∼아 쏴∼아

저 퍼런 가슴에도 대못 하나

박혔나보다

굼실굼실 몇 겹의 하얀 뱀들이 똬리를 푼 채

처연한 울음을 끌고

내 안으로 쳐들어오고 쳐들어온다

 

낸들 어쩌라고

오죽해서 바다 호텔까지 왔을라고

 

 


 

 

임솔내 시인 / 하이바이, 19

 

 

섬처럼 사느라

엄마를 내다버린 곳에 가지 못했다

허연 칠순의 아들이 구순의 어미를

음압병동으로 옮기는 걸

멀리서 바라만 보는 모습 티브에 뜬다

 

꿈처럼 자꾸 도망가라 멀어져라

혼밥으로도 이미 아득해졌을 길

헤지고 굽어진 길 어귀에서

서로 기다릴 텐데

 

눈에서조차 멀어지면

어쩌자고

꽃은 자꾸 떠서 지고 있는데

 

이제 가야지

엄마 버린 곳

 

-《미당문학》 2021년 상반기

 

 


 

 

임솔내 시인 / 시인(詩人)

 

 

불꽃처럼 살다

가슴팍에 번개 한 번 맞고

재가 되다

 

폭염같은 열정을 주장하다

제 사랑에 갇혀

비릿한 슬픔으로 폭삭 식어 내리다

 

목숨을 잠시 부려 두고

잘난척 세상을 쏘아보다

 

피를 데우면서

재가 되는일

가난한 떠돌이 이름 하나

 

 


 

임솔내 시인

(호: 松香) 1999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뭇잎의 QR코드』,『아마존 그 환승역』 등이 있음.  김영랑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한국시낭송총연합 회장. 문화칼럼니스트. 미당문학회부회장. 불교문예작가회 회원. 국제펜클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