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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詩로 여는 세상》신인상 당선작 정수경 시인 / 꽃 옆에 서있는 돌
풋내가 사방으로 번지는 봄 끝물 철쭉꽃 배시시 붉은 입풋술 벌어지는 소리에 감감하던 화강암 온몸을 열어 귀기울인다
초식공룡의 발소리 잠재운 불 속 암반이었던 바닷속 어느 모퉁이 옛 기억이 불씨로 박혀 있다
자꾸만 뜨거워지는 열기 벗어나려 할수록 허물어지던 날 몸을 털어 불길 밀어내면서 더 굳어지던 몸피
뼛속 깊이 숨겨 두었던 검은 파도소리 토해낸다, 한 번 데인 마음은 더 이상 금가지 않는다고 누가 그러던가 붉은 꽃 필수록 바닷속 일렁거리는 기억 핏빛 불꽃으로 타오른다
정수경 시인 / 틈
가구 배치 바꾸느라 장롱을 옮겼다 한쪽 발 꽉 물고 놓지 않는 십 원짜리 동전 장판에 새긴 제 기억
물고 있던 이빨 헐거워질 때마다 발꿈치 치켜들고 버텨온 시간 장롱의 무게보다 불빛 없는 방안 캄캄한 무게가 더 무거웠다
밤마다 틈이 벌어지는 소리 들렸다 속 헤집고 그림자만 있는 아이들이 들어가고 침대 중앙으로 흐르는 냉기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갔다
산부인과 출입문 여닫는 횟수만큼 벌어진 틈 메워졌다 삐걱거릴 기미 보이면 발꿈치 더 높이 들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처방전으로 이식된 뿌리 발 뻗느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장롱을 떠받치는 동전의 힘줄 단단해지고 있었다
정수경 시인 / 딸꾹질
어머니가 택배로 뽕잎을 보내주셨다 말린 뽕잎 물에 불려 알싸한 기억 우려낸다
가시랭이 일어 피 묻은 손가락으로 몇 번씩 묶어 보낸 얼룩진 뽕잎 봉지 누에고치 실 풀듯 푼다 뽕잎에서 사각사각 빗소리 들린다
나와 다섯째는 뽕잎이 모자라 어머니를 갉아먹고 섶으로 오르던 먹성 좋은 누에였다 뽕잎에 묻어온 허기진 시간들 지우던 어머니 의 뭉개진 지문이 명치에 걸린다
파랗게 놀란 횡경막 경련을 일으킨다 딸꾹, 어머니 깎지 않아도 짧기만 한 손톱의 내력 딸꾹 밥줄 가는 곳마다 사방 딸꾹 딸꾹, 가래톳 같은 멍울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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