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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추인 시인 / 머리 검은 '빨간피터의 보고서'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

김추인 시인 / 머리 검은 ‘빨간피터의 보고서’

 

 

언제 내 연두의 청춘 다 내다 팔았을까

 

짱짱하던 몸의 얼개들이 무너지고 있다

늘어지는 시간표는

출렁이는 속도에 워-워-

젊은 날의 시퍼런 치기며 오기도

쥐뿔

푸른 늑대의 하울링 같은 기억 속의 잔상일 뿐

지하생활자, 굼벵이의 몇 년은 지축 쪽

23.5° 기운

순응의 자세임을 알겠다

그는 미라 되기 전 우화를 시도할 것이며

인간의 불가능을 실현한 족속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보고서에 기록될 것이다

“알 하나

꼬리가진 올챙이로 네 발 짐승으로 두 발로 달리다 세발로 버텨야 한다는 것 자판기에서 한나절 치의 인스탄트 한 끼를 공급받고 다시 달려야 한다는 것

간단없는 노동과 교환되는 탁발은 계속된다 해도 삶의 페달 멈춤 없이 밟고 밟는다“ 는

우리들의 보고서

 

머리 검은 ‘빨간피터의 고백’*은 계속 될 것이다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제목’ 차용

 

계간 『문학의 오늘』 2021년 봄호 발표

 

 


 

김추인 시인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위보』, 『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오브제를 사랑한』, 공저 여행집 『다시 사막에서의 열흘』이 있음.  2016년 제9회 한국예술상 수상, 1991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2010년 만해‘님‘문학상작품상 수상, 2011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6년 한국의 예술상 수상, 2017년 제8회 질마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