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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시인 / 전송(電送)
해가 뜨지 않는 날들이었고 바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지나치는 거리를 걸어도 얼굴 하나 마주치지 않았다
가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렸다
오래전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여전히 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허름한 개 몇 마리 곁을 지나고 말 없는 전단지와 인사를 나누었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지나온 길 위로 시간이 흘렀다
―계간 《시인동네》 2016년 봄호
황성규 시인 / 낯선 익숙함, 또는
새벽이면 수챗구멍에서 악취가 기어 나왔다 거리는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오랜 친구가 자꾸만 전화기 속에서 울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몇 번을 되뇌었다
익숙한 잠자리에 누워 몇 마디 기억을 지웠다 시간의 찢어진 살갗은 봉합되지 않았다
핏덩어리를 뱉기 위해 눈을 뜨는 아침이었다 침묵이 혓바닥을 핥아 대고 있었다
여전히 부재를 증명하는 데 실패하고 있었다 오래된 집을 나서면 바람이 지날까
네온사인의 점멸이 저녁을 알리는 태양의 나날이었다
(《시산맥》 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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