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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연 시인 / 에코토피아ecotopia*
방향 따라 분명 거울이기도 벽이 되기도 했던 게야 매일 아침 물고기 한 마리씩 실종되었지 제 몸의 혈육 눈 깜짝 할 새 잡아삼킨 살육(殺戮), 돌아볼 줄 아는 시를 쓰지 못한 물고기 사생활에 대해 모 월 모 시 관찰자도 기록하지 못했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피비린내 항체 좌심방 우심실 안부의 뒤척임 뒤로 한 동안 증거는 증거로써 완벽하게 인멸되었던 게야
어느 환절기인가 첩첩이 키운 분노 조절장애 탓에 이별 택한 황가네 아부지, 그 오장육부 속에는 소아마비된 딸과 실명된 아들과 고무다라이 가득 한 생 이고지고 공사판 드나든 순대장사 아지메가 쪽방에 오금 쭈구려 산 것인데 박힌 유리 조각 피무늬로 흘러나올 때 오장 찢는 통곡조차 짐승의 모가지로 잘려나올 때 과열된 부동산과 탑이 된 집세 지면 위로 뚜벅뚜벅 건너올 때 하, 끝말은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황씨네 일용직 노동 새끼줄에 대롱거리던 연탄 몇 냉돌 아랫목 데우긴 데워냈을까 품어 삭이지 못해 피우기도 전 시든 식물들 사생활에 대해 이웃 심장 침 튀기며 주머니 속 민주머니 밑바닥에 들어앉아 꾸깃꾸깃 정보지 들여다보던 돋보기
시방, 딱딱한 시선의 각 돌연 바벨탑 특보로 상기시키는 날!
넉살 좋은 안시스트루스** 엎어진 닮은 형상 각각 기면증 정도로 스쳐갔을까 어쨌을까 몸집만 커진 물고기처럼 모서리 깎인 돌의 이끼로 누워 죽은 척 기침하지 않았을 끄덕임 혹간 안이한 스침 정도의 Cm와 Cm 가로막에 둘러앉은 이웃한 시선 쌍끌이 ‘설마’로 장사지냈지 지금이란 방파제도 물 될 수 있단 사실조차 눈감은 체
황씨 아저씨 아지메도 백 촉 백열등 품어안고 앞길 깜깜해도 불빛조차 배부르던 신혼 몇 있었다지 심연의 오아시스는 신의 선물인 것인데 붉은 지느러미와 눈 마주치며 밤새 미소 짓던 순간까지도 제 핏줄 잡아먹는 유리막 속 피비린내 눈치채지 못하였으므로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했을까 육(肉)이 육(肉)을 집어 삼킬 수 있는 현장. 의아함과 의구심만 눈 뜬 채 꼬리지느러미 향방에 대해 그 처연한 물흐름의 속사정 아는 듯 알지 못하였네
억울한 사람은 실금 하나에도 종을 치거나 문 두드린다는데 말없는 생, 목격자를 찾습니다!
눈 먼 시각에 깜빡 졸았을까 어쨌을까 얼싸안고 등 비비던 유리벽 속 비늘도 단역 될 수 있단 실화 같은 것! 하면 들키지 않는 떨림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사생활이란 샤콘느Chaconne와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로 읽힌 감정의 덜컹거림 CD안에 갇힌 맥놀이일 뿐이었는지 몰라 개복수술 불가한 종(種)은 울리고 종(鐘)은 울리는 생명의 부레 왕창 씻겨나가는 길, 칼 친 통증은 모두의 모두에 의한 저녁이며 아침이네
영원히 썩지 않는 물 흐름, 번지수 잃은 관계를 묻네
*ecotopia-에콜러지(ecology:생태계)와 토피아(topia:지역)가 합성된 명칭. **안시스트루스 : 열대어. 바위나 나무에 붙어 죽은 척 누워지내는 습성이 있음. ‘안시’라고도 불리며 주로 이끼 청소용으로 활용됨.
계간 『애지·』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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