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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시인 / 술 마시는 이유 -어느 광부의 노래
단골집이 그리워 마시네 몸속에 든 탄가루 씻어내려고 마시네 술 생각 없어도 예방하려고 마시네 외상술 마시네 삶이 기막혀서 마시네 오늘을 위로하며 마시네 좋은 동료 만나 마시네 돼지고기 안주로 마시네 매미가 팔려온 생애가 서러워 마시네 살아갈 용기 얻고자 마시네 보약으로 마시네 퇴근길 확인하고 마시네 나무 의자에 앉아 마시네 공술도 마시네 막장 사고당한 동료가 떠올라 마시네 그에게 한 잔 주려고 마시네 한잔 받으려 마시네.
맹문재 시인 / 지렁이의 울음
1 지렁이 한 마리가 나의 출근길을 막는다 달아오르는 시멘트 바닥이어서 얼마 못 가 말라 죽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관여할 문제인가?
몇 걸음 걷는데 지렁이의 울음이 들려왔다
2 인류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으려고 김수영 시인은 <모기와 개미>에서 모기 소리를 냈다 인류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인류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되기에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나는 그냥 걸었다
인류를 감당하는 모기 소리는 어떤 것일까?
3 연락도 잘 안하고 염치도 없는데..... 카드 값이 턱없이 모자라요 형편 되는 만큼 빌려주시면.....
동생의 카톡 문자가 나의 출근길을 넘어왔다 모기 소리를 못 내고 있는데 들리는 지렁이의 울음.....
인류의 문제는 이 정도의 무게일까? 이 정도의 범주일까? 이 정도의 윤리일까? 이 정도의 관념일까?
4 나는 모기 소리를 고민하며 되돌아가 지렁이의 울음을 들었다
《시인시대》2020.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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