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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금숙 시인 / 꿈꾸는 섬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3.

이금숙 시인 / 꿈꾸는 섬

 

 

바람이 부는 날은 꿈을 꾼다

떠나고 싶은 섬이어서

대문 밖 모퉁이 그림자로 서 있으면

황톳길 먼지 너머 신작로 따라

어머님 얼굴 별빛으로 흐르고

저녁 밥상 차려 놓은 소녀는

오지 않는 식구들을 한없이 기다렸다

 

도란거리던 밥상머리

혼자라는 사실이 두려워

겨우 한 끼 밥 차려놓고 기도를 한다

추억 속에 어머니는

언제나 숟가락의 도를 일러주시고

사랑이 밥을 먹는다고 확인해 주셨다

 

바람이 부는 날은 바다로 간다

그대가 떠난 섬 밖으로

바람이고 싶어 다가가 보다가

바람이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바람 속으로 떠난다"

 

 


 

 

이금숙 시인 / 아버지의 바다

 

 

가덕도가 보이는 방파제 너머

아버지의 바다는 봄 멸치 계절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결 따라

어부들의 노랫소리 뱃전을 맴돌고

포구를 서성이는 갈매기의 날갯짓

만선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기도

 

가덕도가 보이는 방파제 너머

아버지의 바다는 빈 그물밭

채우려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어린 봄날의 보릿고개 추억

생각은 부질없이 물결 따라 흐르고

솟대 위 바람은 그리움 달아

사월의 창공에다 은빛을 뿌리고

 

 


 

 

이금숙 시인 / 병상 일기2

 

 

입원 나흘째

하루 종일 화장실 문턱을 넘나들다

아직도 머리가 뱅뱅 돈다

내일은 수술 날짜가 잡혀 ‘금식’

조금은 숨쉬기가 편해졌다.

옆 병상의 혼자 얼굴들이

데면데면 조금씩 익숙해지려 하고

아침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로

동병상련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쓴다

밤새 고함소리에 잠을 설친 나는

고문 당한 느낌으로 잠시 잠을 청하지만

귓가에 맴도는 건 악쓰는 소리뿐

새해를 맞이하는 병원 복도엔

돌아가지 못하는 가여운 영혼들

링거를 달고 훨체어에 앉아서라도

살아 있는 삶에 축복을 기원하는

언어의 유희를 스피크로 들으며

모두가 혼자인 세상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금숙 시인 / 병상일기 4

 

 

병원에서 새해를 맞는다

환자들과 함께

치유의 삶을 배운다

지난 내 걸음들은

멈추지를 못하고

폭주 기관차인 양 달리기만 했었지

조금은 비우고

조금은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는 것

새해 아침 황혼의 삶에

희망나무 한그루 심다

 

 


 

이금숙 시인

경남 거제 출생. '이채영'이란 필명으로도 활동.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했으며 <섬시> 동인,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거제문인협회, 청마문학회 회원. 거제신문, 거제시민신문 편집부장, 경남여성신문 편집국장, 동백로타리클럽, 거제참꽃여성회 동랑?청마기념사업회, 거제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 현재 거제중앙신문 논설위원, 거제타임라인, 거제타임즈 칼럼위원이며 세계항공월드투어 대표. 시집으로는 『쪽빛 바다에 띄운 시』, 『마흔 둘의 자화상』, 『표류하는 것이 어디 별 뿐이랴』『그리운 것에는 이유가 있다』외 공저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