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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시인 / 중세의 잠깐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 했네 사소한 것들이 모여 그리운 풍경을 만드는 이 시간은 중세의 유물 같은 거 횡대를 이룬 가로수가 공중에 머리를 박고 있고 공원은 온통 먼데서 온 당신의 전언들, 오렌지 빛 이 시간은 한 사람의 생애에 어깨 구부정한 오십의 어느 하루를 덧댄 것이라네 두렵고 벅차서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 했네, 웅숭깊은 초겨울의 적막 속으로 스며들어갔을 뿐인데 공중 높이 아주 오래 전에 본 듯한 텅 빈 얼굴 하나가 걸려 있네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었는지, 키 큰 자작나무처럼 오래도록 마주 서서 바라본 적 있었는지 두렵고 눈부셔서 뒷걸음질 쳤지만 오렌지 빛 시간에 막 당도 했네 중세의 아주 잠깐,
반년간 『상상인』 2021년 창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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