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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 시인 / 사월, 함성의 빛깔
어쩌면 그럴 수 있니 한날한시에 불쑥 태어나 세상을 뒤집어 놓는 나뭇잎 빛깔의 옹알이 눈물겹구나 동토의 걸음일 듯 뒤뚱거리며 허방 짚던 색맹 한눈에 알아보고 단숨에 바로잡아 파랑치는 전사의 춤사위 심미안의 촉수 현란하구나 어쩌면 그럴 수 있니 뇌수에서 뽑아낸 기억의 줄기 혀의 뿌리로 이접하여 ‘옳을 건 옳다’ ‘아닌 건 아니다’ 딱부러지는 성상(性狀) 심장에서 꺼내 보여 돌팔매질 없는 단단한 누리 손뼉 치는 사월 뭉클 하구나
안재찬 시인 / 잔설 한 무더기
산모롱이에 잔설 한 무더기,
봄비에 봄바람에 봄햇살에 맞설 힘 없어
곡기 끊은 지 몇 날일 듯 한때는 우아와 청빈을 자랑했을 옹골찬 세월?,
목숨줄 하난 길어서 덕지덕지 때 묻은 동공이 흐리운 종말로 세상을 뜬다
오래 살아서 상가엔 눈물이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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