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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재찬 시인 / 사월, 함성의 빛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5.

안재찬 시인 / 사월, 함성의 빛깔

 

 

어쩌면 그럴 수 있니

한날한시에 불쑥 태어나

세상을 뒤집어 놓는 나뭇잎

빛깔의 옹알이 눈물겹구나

동토의 걸음일 듯 뒤뚱거리며

허방 짚던 색맹 한눈에 알아보고

단숨에 바로잡아

파랑치는 전사의 춤사위

심미안의 촉수 현란하구나

어쩌면 그럴 수 있니

뇌수에서 뽑아낸 기억의 줄기

혀의 뿌리로 이접하여

‘옳을 건 옳다’

‘아닌 건 아니다’ 딱부러지는

성상(性狀) 심장에서 꺼내 보여

돌팔매질 없는 단단한 누리

손뼉 치는 사월 뭉클 하구나

 

 


 

 

안재찬 시인 / 잔설 한 무더기

 

 

산모롱이에

잔설 한 무더기,

 

봄비에 봄바람에 봄햇살에

맞설 힘 없어

 

곡기 끊은 지 몇 날일 듯

한때는 우아와 청빈을 자랑했을

옹골찬 세월?,

 

목숨줄 하난 길어서

덕지덕지 때 묻은

동공이 흐리운 종말로

세상을 뜬다

 

오래 살아서 상가엔 눈물이 가난하다.

 

 


 

안재찬 시인

경북 영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시인정신>으로 등단, 문예사조 편집장 역임, 《해동문학》편집위원, 한국기독시인협회 사무총장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 감사, 강남예술아카데미 시창작 지도, 한국기독시문학상·한국현대시인작품상 수상, 시집『빛과 그림자』,『된비알 하냥 가다가 』,『서울별곡』,『침묵의 칼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