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영 시인 / 세상
고추대처럼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릎을 세우고 목을 가누고 말을 하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한 바퀴 뱅그르르 돌아가는 인생이라고 그러지 맙시다
내 딸이 장애인이라서 가족까지 장애인 취급은 어렵지요 식당 손님으로도 불편했던 적도 많았지요 죄송했었습니다
이제는 소천한 딸을 더듬고 세상의 장애인들을 벗 삼아 조금은 그러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가리지 않고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꽃처럼 살아보려 합니다
박지영 시인 / 주머니에 남은 것
그렇게 조용한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 다 먹어치운 시간은 소화시키기에 바빠 채 소화되지 않은 것이 문제야
사실 내가 사용한 시간과 주머니에 넣어둔 시간 사이에 틈이 생겼기 때문이야 강물의 흐름, 별들의 운행, 자동차 속도계, 스마트폰 그런 것들에게 주머니에 남은 것을 다 주어버렸어
입으로는 미래를 삼켜버리고 뒤로는 과거를 내던졌어 더는 필요 없어
장미에 가시가 돋을 시간 매미가 허물 벗을 시간이면 충분해
과거도 이미 보았고 미래도 다 보았어 내 백골도 보아버렸어 너무 또렷해 무섭지도 않았어 주머니에 남은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안용산 시인 / 말뚝을 뽑으며 외 17편 (0) | 2021.09.04 |
|---|---|
| 정원도 시인 / 가수의 꿈 외 1편 (0) | 2021.09.04 |
| 나희덕 시인 / 산속에서 외 5편 (0) | 2021.09.04 |
| 나태주 시인 / 틀렸다 외 1편 (0) | 2021.09.04 |
| 이근석 시인 / 사면 death mask (0) | 2021.09.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