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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순 시인 / 카톡의 변
굳은 화석처럼 시간의 결로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낙서처럼 보내온 ^^~♡^^ 무한의 지평 속에서 외계어로 읽었다
수신음 차단해도 막무가내 밀고 들어와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가 되어버린 내 생에 무임승차해 족쇄가 된 이모티콘
―『열린시학』(고요아침, 2019년 가을호)
김차순 시인 / 남 . 편
" 아니야 맞다 맞아 내 말이 맞다니까" 앞을 보면 남편인데 뒤를 보니 남의 편이라 "참말로 요상한 말 땜시 내사마 몬 살 것다"
벗처럼 이웃 되어 길동무한 세월 동안 강약약 중간약의 셈여림 스타카토 그것은 현란한 독백 음 이탈 방지였네
시간이 갈 때까지 남겨 둔 딱 한 가지 시렁 위 묵은 악보 슬그머니 내려 놓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들의 저 난타
<지금은 부재중> 이미지 북.2019
김차순 시인 / 관계 -미련
뗄레도 뗄 수 없는 내 안의 적이 많아 무시로 바람 편에 떠밀려 온 풍문들이 오늘도 천연덕스레 명치 끝을 치받는다
언젠가 야윈 목선 그 경계를 휘감다가 막막한 벽 앞에서 또 하나의 점을 찍는 낯익은 기억 하나가 숫기없이 찾아온다
날마다 밑줄 긋는 미련이란 단어들이 덧없이 묻어버린 눈물일까 너무 두려워 미필적 고의를 묻는 너와 나의 비거리
김차순 시인 / 외면
남의 옷 걸친 듯이 엉거주춤 맞닿은 곳 애써 말은 안 해도 알 것 같은 그대 시선 또 하나 헤게모니의 그 시작을 알린다
후세인의 최후 통첩 힘으로 맞서갈 때 반칙이 반칙을 낳는 절망의 끝을 보며 등돌린 사람과 사람끼리 산출하는 그 일들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핏대 세워 말을 하고 뛸 사람은 또 뛰면서 너도 나도 웅성웅성 그것 참 백미가 주인 된 그 사실을 알까 몰라
김차순 시인 / 지금은 부재중
듣는 것 보는 것도 긍휼히 말하느 것도 미혹에 이끌려산 후회뿐인 약속의 말슴 아직은 때가 아니다 회개하고 회개하다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같은* 지금은 부재중인 어둠 같은 나의 존재 떼 되어 드러낼 날이 새벽처럼 오리라
듣는 것 보는 것이 말하는 것 하나로 풀려 얽힌 것 설킨 것들 내 안에 물로 스밀 때 아늘이 큰소리로 울고 이 땅위에 드러나리*
* 베드로후서 3 : 8-9
김차순 시인 / 등나무를 보며
등나무 속잎들이 붉고 푸른 귀를 연다
가슴뼈 돌돌 말아 함 뼘 한 뼘 길을 내고
단단한 갈등을 풀어 피워내는 보랏빛
김차순 시인 / 그 길을 가다
성처럼 쌓아 올린 잃은 것 애타지 않아 오롯이 맞부딪친 모래바람 날려버려 낙타의 관절 소리로 하루해가 저문다
부대낀 형질변경서 도장을 누르던 날 천 근의 발걸름이 에돌아서 당도한 곳 불기둥 그 길을 가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평안이 기쁨이라 네 울음을 안아 본다 그 이름 불러주면 어딘들 못 갈 건가 담담히 두 귀 모으고 들으리라 들으리
가다가 힘이 들면 그대 얼굴 그려보고 좋았던 기억들을 신기루로 떠올리며 오늘 또 사랑의 완성 길 위에서 만난다
김차순 시인 / 봄꽃 환한 날에
붉은, 고요가 흐른다 아득한 탯줄의 기억
한가득 별무리가 바다 위에 쏟아질 때
날마다 만삭의 배를 풀고 있는 합포만
기억의 저 편에서 피어나는 풀 꽃 별 달
아이가 어미 되어 한 문장을 완성 시킨
뜨거운 그리움들이 심장으로 수혈된다
김차순 시인 / 문득, 그립다
저 빈들 고요 속에 피어난 그림으로 건넛산 물푸레 나무 빗소리로 듣는 고백 아득한 숲을 헤치고 메아리가 번져간다
숲의 자궁 속에 모여 살던 풀잎들이 난장 치며 놀고 있는 아득한 바람의 끝 그 모든 경계를 뚫고 내 유년이 자라난다
김차순 시인 / 韓탁배기
두월동 골목길 어귀 어스름이 닻 내리면
걸쭉한 막사발에 넘쳐나는 7080 가락에
또 다시 불콰해지는 합포바다 사람들
김차순 시인 / 바람의 언덕
사는 날 뼛속까지 파고드는 오한 같은
바다의 천둥 소리 훔쳐 온 기억의 저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시간의 꽃 피었다
김차순 시인 / 바람꽃
어김없이 계절병이 다시 도지나 보다 반기지 않아도 문 열어 주지 않아도 화려한 꽃잎을 열고 한 무더기 피어났다
수식어 필요 없는 길 하나 열어 놓고 내 삶의 간이역이 긴 기적을 끌고 가는 이 여름 풍경을 두고 슬피 지는 꽃이 있다
김차순 시인 / 거울속 여자
그 여자 거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표정 지으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 화장을 시작한다
메마른 입술 위에 립스틱이 발라지고 봄볕 아침 세상을 그 여자가 걸어간다 살얼음 건너가는 듯 먼 길을 떠나간다
그 동안 헛된 것만 채우고 또 좇아던가 비우고 놓아버리는 그것을 알았을 때 거울 앞 또 한 여자가 풀꽃처럼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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