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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전순영 시인 / 갇힌 바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3.

전순영 시인 / 갇힌 바다

 

 

은빛 백사장엔 하늘이 내려와 노닐고 바다는 해저

밑바닥에서 소용돌이칠 뿐

에메랄드빛 바다위에 떠있는 숟가락만한 섬

그 섬에 다가가는 길은 없다

긴 세월 파도가 되어 파랗게 밀려갔다 부서지는

섬에 갈 수 있는 길은 난파된 배에 실려 침몰해 버렸다

어디에도 그 섬에 갈 수 있는 배는 없다

살랑거리는 가을바람이 영혼에 길을 내고

모래밭 끝은 저 하늘 끝 가장자리에 닿아있다

구름도 가고 달도 별도 가고 가는 길

그를 향해 달려가는 별빛 따다 동굴 속에

차곡차곡 쟁여두고

바다에서 하늘 끝까지 릴레이 보성 차밭처럼 릴레이...

‘이사도라’ 선율에 나를 푸욱 담가놓고

둘러싼 바다는 출렁출렁

파도에 깎여 옥이 된 섬엔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팽이갈매기들 울음소리가 파도를 탄다

모래는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처럼 바탕색이 되어주고

창밖에는 달빛이 바닷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흐르지 않는 밤마다

하트가 하트와 마주서서 한참 바라보다가 호흡이 멈춰버린 듯

하늘이 내려앉은 듯

깨진 영혼의 조각들이 부서진 시간을 더듬는

 

웹진 『시인광장』 2021년 6월호 발표

 

 


 

전순영 시인

1999년 《현대시학》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목이 마른 나의 샘물에게』와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  『숨』 등과 에세이집 『너에게 물들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