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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 시인 / 숨
공장장은 불을 통제하였다 아침은 빠르게 저녁은 느리게
손끝 에너지 장착하고 타이머 목걸이 목에 걸고
숫돌에 힘을 뺄 때 날선 감각이 다가오는 것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북극고래들은 거대한 불의 풍랑을 헤치고
어긋난 철로 앞 가까스로 멈춰 선 기관사처럼 온몸 마른 불을 털어내지 못하고
침팬지들은 여전히 불을 고르며 피 묻은 마스크 벗고 수술실을 나온 의사처럼
오일 향을 머금은 불의 독백은 노간주나무 사과 궤짝을 비추고 있었다
단순한 도넛에도 툭,툭 누적된 불의 피로가 시계의 흐름을 끊고 있었다
아이들은 불의 가면을 만지작거렸다
박솔 시인 / 소만(小滿)
꽃밭은 저기, 저쪽 불량배들의 골목 너머에 있다
솔체꽃밭으로 건너간 오늘 지네는 땅의 목록들을 싣고 앞만 보고 달린다
장미는 공중으로 포물선을 그리는 필살기 뒤로 물러서지 않는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이 이론가들의 몽상 속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간은 열두 계절 어깨에 메고 혼자 치고 나오는 달리기 선수처럼 푸른 밀감 빛 계절의 짙은 눈썹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소식처럼 반가운 땅의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지고
사슴벌레 참나무 숲으로 가기 좋은 날
여름은 씀바귀 뻗어 나오는 돌 틈에서 시작된다
아이는 미열이 시작되었다
나는 나비
박솔 시인 / 원룸
여름은 지나가고 말 것이지만 우리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어항 속 금붕어는 윙크할 줄 몰랐다
의자를 껴안고 종종 잠들었다 끈적한 수박의 단내처럼 달라붙는
나무젓가락은 너무 붙어 있구나 땅콩 잼을 바른 모닝 빵처럼 짧은 웃음이 난다
의자는 또 삐걱댈 테지만 너의 명랑함이 좋다
식탁 의자는 얼른 식탁을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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