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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하보경 시인 / 때때로 모르는 나라의 농담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3.

하보경 시인 / 때때로 모르는 나라의 농담

 

 

빛이 있던 아침과 망고

사슬을 끌며 눈물 흘리는 코끼리

 

네, 어떨 땐 슬프고, 때때로 조금은 기뻐요

아직 먼 곳의 기분을 놓아줄 형편이 아니라서요

 

괜찮아, 괜찮아하며

빛을 걷고 있어요

 

비밀처럼 다가오는 고양이 물루같이

조금은 확장된 세계의 꿈을 꾸는

 

오래 알던 색깔처럼 낯선 경계를 지우며

조금씩 다가가서 침묵으로 거리를 채우는 동안

제 마음에 아직은 새를 키우고 있답니다

 

노래를 불렀어요

새와 새와 새를 말이에요

 

고양이의 악몽은 무엇일까요?

 

노을을 등지고 선 모르는 나무에 내가 아는 노란 새가 살아요

물루의 웃음이 농담이 되는 오후군요

 

네, 조금 웃어요 그럴 수 있지요

농담이에요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인사할 수 있어요

눈만 껌뻑이며 마스크를 쓰죠

 

코끼리 등 위에서 브이 자를 그리네요

김치, 치즈, 스마일

네, 모두 웃어요 그럴 수 있어요

 

정말 농담이에요

 

웹진 『시인광장』 2021년 6월호 발표

 

 


 

하보경 시인

서울에서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학석사. 2014년 《시사사》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2020년 《시사사》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