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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 시인 / 꽃지에 달이 뜨다
모로 누운 수평선이 뒤척이더니 덥석 안은 해풍에게서 붉은 설움이 흔들리더니 질긴 기억 같은 갯골이 꾸역꾸역 염수를 게워내더니 시간이 서쪽 끝을 밟은 거였구나.
일제히 쏠린 눈들, 그 허기진 눈들에게 뜯어 먹히고 말 저녁만찬 석양.
뒤에 오는 어둠이 모든 눈들을 거두어 문을 닫아건다. 길은 사라지고 부풀은 귀들이 망망한 물결 속에서 소리를 건져온다. 바닷새 족적이 사라지는 소리 두 노인네 누울 자리 잡는 소리
지구를 돌아온 고단한 달이, 길을 열어 본다.
김춘 시인 / 이젠 가볍다
소쇄원 댓잎이 바람을 서걱서걱 썰어낸다. 소쇄공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마시는 한 잔의 바람 뼈들이 일제히 피리 소리를 내며 나를 비워낸다.
이젠 가볍다 너에게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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