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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춘 시인 / 꽃지에 달이 뜨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3.

김춘 시인 / 꽃지에 달이 뜨다

 

 

모로 누운 수평선이 뒤척이더니

덥석 안은 해풍에게서 붉은 설움이 흔들리더니

질긴 기억 같은 갯골이 꾸역꾸역 염수를 게워내더니

시간이 서쪽 끝을 밟은 거였구나.

 

일제히 쏠린 눈들, 그 허기진 눈들에게 뜯어 먹히고 말

저녁만찬

석양.

 

뒤에 오는 어둠이 모든 눈들을 거두어 문을 닫아건다.

길은 사라지고

부풀은 귀들이 망망한 물결 속에서 소리를 건져온다.

바닷새 족적이 사라지는 소리

두 노인네 누울 자리 잡는 소리

 

지구를 돌아온 고단한 달이, 길을 열어 본다.

 

 


 

 

김춘 시인 / 이젠 가볍다

 

 

소쇄원 댓잎이 바람을 서걱서걱 썰어낸다.

소쇄공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마시는

한 잔의 바람

뼈들이 일제히 피리 소리를 내며 나를 비워낸다.

 

이젠 가볍다 너에게 갈 수 있겠다.

 

 


 

김춘 시인

충남 안면도에서 출생. 2010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불량한 시각』(리토피아, 2012)이 있음.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현재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