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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지관순 시인 / 휴일들1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4.

지관순 시인 / 휴일들1

 

 

파파야 오믈렛을 주문하는 사람들

카프카를 읽고 스카프를 고쳐 매는 사람들

신호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명을 운전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가슴에 털이 박히나 안 박히나 실험하는 사람들

시뮬라크르 때문에 시무룩해지는 사람들

물은 끓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는 보지 말자며 또 끓어오르는 사람들

농담과 냉담의 싱크로율

눈물이 핑 도는 팽이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바코드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림자를 접어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

활공은 절정을 아는 사람들의 몫이다

한 통 남은 두통약을 한꺼번에 삼키는 사람들

애정행각은 뿔이 몇 개일까

카모족族은 양의 내장으로 비 오는 날을 점친다

목마른 사람들과 목 조르는 사람들

달력을 넘기다 로마로 넘어가는 사람들

사람들을 시간 속에 넣으면 왜 빨리 시드는 걸까

가고 싶으면 아무도 없어도 가고 가기 싫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는 사람들

 

 


 

지관순 시인

제10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2015년 《시산맥》으로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