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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연 시인 / 통영이나 히말라야
통영에 갔다 거북선 보러 갔다 ‘처용’을 만나러 간다는 건
아니다 파라다이스를 마시려고 했다 다찌 집에서 술에 취하려는 건 아니다 바다 속 보물을 캐려고 했다 바다에 빠지려는 건 아니다 이름을 새기려고 했다 그들처럼 통영서 태어나고 치열하게 죽겠다는 건 아니다
스카르두로 떠났다 히말라야로 간다는 게
맞다 가서 눈을 마시며 고기는 먹지 않을 거라 했다 연필만 가져갔다는 게 맞다 산이 품고 산에 묻을 거라 했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게 맞다 마침내 놀러오라고 했다 공책이 두툼해졌다는 게 맞다
맞고 아니고는 질문도 대답도 아닌 통영이나 히말라야
거울을 닦는다 거울이 보이도록 닦는다 통영이나 히말라야도 닦는 게
맞다 아니다
김효연 시인 / 애국가를 빙자한 가족사
동해물과 백두산이 아버지 낮술이 주전자를 쥐어박거나 핏발선 눈이 막판 오광에 몰려 있거나 내 눈두덩이 증오를 던지거나
마르고 닳도록 어머니 생선대가리를 내리치거나 일수 도장을 찍거나 파스를 칠갑하거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오빠 만세 광복절 특사에서 제명되거나
개천에서 용 났지만 개천에선 절대 용이 날 수 없어요 철학도 없이 태어난 나는 호시탐탐 호적을 팔까 처녀를 팔까
애국가를 부르면서 애국, 애국밖에 생각 안 나는가 봐요 눈물까지 앞을 가리면서
태극기를 마당에 꽂으며 혹시 함께 애국가를 부를 혈연의 그날이 온다면
후렴은 그때
『구름의 진보적 성향』 , 김효연, 시인동네, 2015년, 24~25쪽
김효연 시인 / 크라우드 펀딩
만두 먹는 중에 걸려온 전화 원고료 넣을 계좌를 물어 고소한 만두소를 꿀꺽 삼키고 수화기를 입에 바싹 대고는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그냥 책으로 대신하겠다는…'
그 속까지 훤히 아는 시인은 그럼에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적지만 꼭 보내겠다는 고료 봉이만두* 2인분 시켜 나눠먹으면 딱 좋을 금액 임에도 불구하고 단무지에 머리가 닿도록 절하는 것인데
시인보호구역**에는 그래도 시인을 보호하겠다는 후원형 펀딩이 있어 만두도 먹고 책 한 권이 태어나게 되는 것
봉이 김선달께서 그깟 바닷물 좀 팔기로서니
*만두가게 이름 **시집전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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