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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시인 /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들판의 지표면이 자라는 철
유목의 봄,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의 다른 말은 유목 들판을 옮겨 다니다 툭, 터진 꽃씨는 허공을 떠돌다 바람 잠잠한 곳에 천막을 친다 아주 가벼운 것들의 이름이 뭉쳐있는 어느 代 날아오르는 초록을 단단히 잡고 있는 한 채의 게르 꿈이 잠을 다독거린다.
떠도는 혈통들은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어느 종족의 소통 방식 같은 천막과 작은 구릉의 여우소리를 데려와 아이를 달래는 밤 끓는 수태차의 온기는 어느 후각을 대접하고 있다.
들판의 화로(火爐)다. 노란 한 철을 천천히 태워 흰 꽃대를 만들고 한 몸에서 몇 개의 계절을 섞을 수 있는 경지 지난 가을 날아간 불씨들이 들판 여기저기에서 살아나고 있다.
천막의 종족들은 가끔 빗줄기를 말려 국수를 말아 먹기도 한다. 바닥에 귀 기울이면 땅 속 깊숙이 모래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초원의 목마름이란 자기 소리를 감추는 속성이 있어 깊은 말굽 소리를 받아 낸 자리마다 바람이 귀를 접고 쉰다.
이른 가을 천막을 걷어 어느 허공의 들판으로 날아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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