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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주 시인 / 기다란 팔
누가 나를 안을 때 나는 기다란 팔을 생각한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꼭 안고 캄캄한 세상을 건너 내가 눈을 떴을 때 놀라운 세상이 나타나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는 지금도 잠자면서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이 나를 안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숨쉬기도 힘들게 나를 껴안고 꽃이 가득 핀 저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을 아직도 기다리며 나는 잠든다
- 시집 <철학자 산들이> 문학의 전당. 2012
문복주 시인 / 내 윗집에 산적이 산다
내 윗집에 산적이 산다. 세상에 맞지 않는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만 한 땅에 바람난 오미자 키우며 혼자 냇물처럼 산다. 하는 일 없이 심산유곡 슬슬 걸어나 다니고 세상일은 나 모르쇠 껑충껑충 넘어 다니고 햇빛 따뜻한 바위에 걸터앉아 오늘 구름 참 보기 좋네 헛소리나 한다.
세상에 내려간 적 없이 먹고도 안 먹고도 사는 그의 비법 알 수 없지만 은근히 심사 쏠려 소주 한 잔 하면 빙긋빙긋 웃기만 하고 에이, 선생님은 다 가지고 있고, 세상을 다 알지만 난 모르니까 이렇게 사는 거예요. 대학까지 나온 이웃의 바람난 오미자의 남자. 무엇이 그를 이렇게 살게 했을까.
산골 하나 갖고 세상 하나 버린 윗집에 무서운 산적은 가끔씩 와서 하나를 두고 하나를 가져간다. 산적이 왔다 간 날은 잘못 살아온 탐욕의 생이 뿌리째 흔들려 부끄러움에 눈물을 흘린다. 내가 믿었던 세상의 소유를 거의 빼앗긴 나는 이제 머리 깎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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