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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대선 시인 / 오거리 포차 외 8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0.

강대선 시인 / 오거리 포차

 

 

무뚜뚝이

변 회장

돼지족발 밀어 넣고

넙죽넙죽 석구 형님 막걸리 털어 넣고

흥 오른 상열이 아재

타향살이

십팔번

 

감실감실

흔들리는

우리네 눈물살이

칠십 년 지나도록 고향은 저 북녘

어께춤 젓가락 장단

의주댁은

아흔 고개

 

《광주전남시조문학》 2020. 제19호

 

 


 

 

강대선 시인 / 가짜 뉴스

 

 

두 얼굴로 떠다니는 야누스의 화면들

진짜가 흔들리고 가짜는 선명하니

낯설다, 저 맑은 흐림

초점을 잃는다

 

《율격》책만드는집.2020

 

 


 

 

강대선 시인 / 세 손가락을 치켜들어요

 

 

피 흘린 꽃들이 뒹굴고 있어요

찔리고 맞아 쓰러진 시민들이 질질 끌려 나가는

참혹한 미얀마의 거리에서

벌거숭이로 선 깃발,

80년 5월의 아우성을, 그 피맺힌 절규를 다시 들었어요

우리가 다른가요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부가 그때와 다른가요

바리케이드를 치고 실탄 사격을 가하는 그때와 지금이,

광주와 미얀마가 다른가요

피로 물든 민주주의가 다른가요

더는 제발 피를 요구하지 마세요

오늘도 한 소녀가

군부가 쏜 실탄에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어요

미얀마에서 나의 누이가, 나의 형제가

세 손가락을 치켜들며 죽어가고 있어요

독재에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세 손가락으로

무자비한 총과 칼에 맞서고 있어요

군부의 총칼이 수백 수천수만의

손가락을 노릴지라도

미얀마, 민주주의의 강은 멈출 수 없어요

찢기고 부서지고 도굴되더라도

들끓는 정의의 열망을 막을 수 없어요

우리 함께 세 손가락을 치켜들어요

뜨겁게 타오르는 불이 되어

잔혹한 총과 칼을 녹여버려요

그곳에 다시 민주의 꽃이 피어나도록

힘내요, 미얀마! 미얀마! 미얀마!

 

 


 

 

강대선 시인 / 저물녘의 풍경

 

 

이제 살 만한데 다 죽고 없어라우

 

당골네 할머니가 무심하게 말을 건네자

할머니는 병아리가 돌아다니는 마당을 한참 지켜보더니

 

그거사··· 그런단 말이오

 

아흔의 해가 아물거리던 무렵이었습니다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상상인 2020.

 

 


 

 

강대선 시인 / 도루묵 사내

 

 

도루묵이 미늘을 물고 비릿하게 올라왔다

 

사내가 원고 뭉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아내는 문 밑으로 한 달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들이밀었다

 

통통배 선장 김 씨는 돈도 안 되는 도루묵을 떼어 간판위에 던져버렸다

 

사내는 고지서 뭉치를 들여다보다가 담배를 꼬나물고 똥을 한 시간째 누었다 삶은 참 비루하구나,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울었다

 

도루묵이 팔팔 끓여지고 있었다

 

사내는 이제 목구멍을 위한 월급을 받게 되었다고 아내한테 물기 없는 언어로 말한 뒤, 미늘에 꿰어진 시간에 따라 출근했다

 

묵혀둔 원고 뭉치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도루묵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사내의 한쪽 입이

무엇엔가 꿰어진 듯 비릿하게 올라갔다

 

 


 

 

강대선 시인 / 나는 나를 편견 한다

 

 

나의 혀는 편견으로 기운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정한 혓바닥은 없다)

한쪽으로만 기우는 습관성 농담 같다

나는 편견으로 편견을 늘린다

(공정한 생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신들도 편견을 가지고 이 땅을 편견으로 바라본다

(신들이 공정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내리는 판결을 믿지 못한다

(보지 못함으로 편견은 더 심해질 것이므로)

나는 한쪽으로 치우친 그림자를 삶 속에 늘어뜨린다

(그림자도 편견을 지닌다)

나는 편견을 편견으로 사랑한다

(이것은 편애하고는 다르다)

편견의 가지로 무성해진 나무가 편견 된 나를 바라본다

새로운 편견의 탄생이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나는 나를 편견 한다

 

 


 

 

강대선 시인 / 머리에서 가슴으로

 

 

나는 이따금 두 뼘 남짓한

나의 생을 더듬어 보곤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생의 거리

문득, 이 짧은 거리가

내 살아온 날들의 어리석음은 아닌지

이 두 뼘 남짓한 언저리에서

성호처럼 그대를 만나고 있은 것은 아닌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깊은 생의 울림

 

(시집 ‘햇살 한 까치’, 시산맥사·2015)

 

 


 

 

강대선 시인 / 대패질

 

 

지느러미가 튀어 오른다.

 

튀어 오른 지느러미들이

허공 위에서 헤엄치다 사라진다.

 

한 가득 쌓이는

지느러미들이 목수의 발목을 타고 오른다

 

목수의 몸에

지느러미가 생겨나더니

 

한 마리의 목어가

푸른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한다.

 

 


 

 

강대선 시인 /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줄지어 광원光原을 향해 경배하는 메타자본세콰이어

이 빛의 신전에서

수고와 눈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수급자는 무릎을 꿇는다

 

지나온 생이 비록 환하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시간 또한 행복주택에서 멀어져 있지만

제단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솟아 있다

 

수련으로 채워진 제단 앞에 그늘진 빛들이 엎드린다

 

오지 않는 희망의 홀씨를 기다리는

채용 절벽의 끝에서조차 채집된 기쁨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바람통을 지나가는 한 세대가

코언저리에서 퇴직과 감원의 꼭짓점을 통과하더라도

난민처럼 떠돌던 또 다른 보트는

이제 막 취업의 해안에 상륙하고 있다

 

등불을 밝혀 든

저 붉은 자본의 신단수를 바라보며

저마다 허기를 지나온 기억은 알츠하이머로 굳어지고

눈은 이기로 멀어 있다

 

수고와 눈물로 지어진 이 제단에 무관심의 눈이 쌓여

헛된 기쁨이 모든 슬픔을 덮을지라도

 

죽은 희망은 불사의 복사열로 신전에 불을 밝힌다

 

 


 

강대선 시인

1971년 전남 나주 출생.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조선대 국어교육과 졸업. 현 광주여상고 교사. 2008년 월간 《모던포엠》 으로 등단. 시집으로 『푸른 나이테』, 『빗살무늬 눈빛』, 『햇살 한 까치』와 공저 『가난한 꽃다발』, 『눈먼 바람』이 있음. 모던포엠시상 2011년 시부문 은상. 제19회 여수 해양 문학상 소설부문. 국제 PEN 광주 올해의 작품상(2015),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2015) 수상. 현재 국제 PEN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