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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주 시인 / 아버지의 늪
늪은 제 몸 동여매어 겨울잠 자고 정수리 숨구멍만 빠끔히 열었다 기러기 노랫소리 하늘 덮던 새벽
오줌 마려워 잠 쫓아 눈 비빌 때 새벽잠 없던 아버지 내 머리 쓰다듬으며 호젓이 한 말씀 던지셨다 기러기들이 소벌牛浦의 숨구멍 찾아간다고
삶의 향연 속으로 기러기 떼 무심히 빠져들면 백발로 피어나는 안개의 늪은 잔잔한 호흡으로 출렁거렸다 갈목 애연한 우포늪 한겨울에도 잠들지 않는 숨구멍으로 아버지는 거친 숨결로 빠져들었다
새벽 동살이 잡혀 올 때 우포늪 위로 커다란 보름달 사위고 기러기가 하늘을 훨훨 날았다
양민주 시인 / 단풍잎이 아름다운 이유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젊은 단풍잎 늙은 단풍잎 어우러져 날씬한 다리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매혹되어 붉은 치마를 팔랑대며 캉캉을 추고 있다
단풍잎은 언제 떨어질지도 모른 채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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