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시인 / 진화를 위하여
이런 날이면 낮이어도 눈앞이 캄캄해 녹야원에가 바람의 설법이라도 듣고 싶네. 몇 천 미터 심해로 내려가 발광포를 뒤집어 쓴 발광상어처럼 추억의 막장을 뒤집어쓰고 옛 추억을 불씨처럼 살렸으면
코로나시절이라는 이 악몽의 계절, 누가 평화라고 말해도 푸른 메시지를 보내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시절 미쳐 난동하는 사회, 미쳐 날뛰는 절망, 미쳐 날뛰는 어둠 차라리 무덤가로 달아난 황소로 거친 세월이나 되새김질 하는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하는 희망 속에서 미래 속에서 차라리 빙벽을 녹이며 날아오르는 불사조라면 불붙은 날개를 휘저을 때마다 불이 펄럭이는 소리가 우리를 조금씩 일깨우는 노래라면, 불의 노래라면, 어둠에 방화하는
녹야원에 가야겠어. 다시 한 번 나의 진화를 위하여 그곳에 가 그간 짐승의 털처럼 돋아난 우울의 털을 고르면서 밤이면 조용히 흘러오는 은하수의 설법을, 초인의 설법을 듣는 아아, 녹야원에서 한 마리 날벌레로 햇살의 설법을 들어도 좋은
*녹야원은 부처가 깨닫고 처음 설법한 곳
계간 『리토피아』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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