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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왕노 시인 / 빅토르 최, 그 늙은 꿈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7.

김왕노 시인 / 빅토르 최, 그 늙은 꿈

 

 

내 마음에 초대해 놓은 빅토르 최를 아나요

내 가슴에 왔으므로 불멸의 락 가수인 빅토르 최

빅트로 최가 부르는 락을 들어보셨나요. 믿거나 말거나

비틀즈보다 더 음악성이 뛰어났다는 그의 락 세계

그가 기타줄을 튜닝 할 때 숙인 고개의 아름다움

러시아의 전설적인 락커, 고려인 후손이었던 빅토르

나뭇잎 뚝뚝 떨어지는 새파란 하늘 아래서

빅토르 최의 락은 가을을 호령하고 지휘하는 수사슴 외침 같아

내 무의미한 날을 빅토르 최의 락과 반죽을 하기도 해

빅토르 최를 알고 빅토르 최의 락을 듣기나 했나요.

러시아 젊은이의 저항을 대변하던 빅토르 최의 락

공산주의 하에서 자유를 갈망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절규

혈액형이란 노래 “소매위에 새겨진 혈액형, 소매위에 새겨진 군번,

전투에서 행운을 빌어줘, 이 풀밭에 쓰러지지 않기를

내게 행운을 빌어줘” 라는 빅트로 최의 노래, 불멸의 락

빅토르 최의 락을 듣자. 그의 음악을 들으면 그가 가슴에서

기적처럼 락으로 부활해, 미친 듯 머리카락 나부끼며

백의민족의 뜨거운 피가, 호랑이의 용맹함이 찾아와

종일 내 마음에 있는 빅토르 최, 그의 불같은 락

 

이제 빅토로의 최의 시절로 달려가고 싶어

후진하다보면 덜 익고 떫은 그 시절 입구가 보일 것 같아

가슴에는 빅토르 최를 향한 그리움

무청처럼 돋아나 비 포장된 세월, 비 포장된 길이라 끝없이 흔들리고

후진이지만 과속이라 자칫 빅토로 최의 시절을 지나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면 자욱하게 내리던 비도 그칠 것이고

이것이 오래된 내 희망이고 늙은 기다림

만약 이루어질 수 없더라도 꿈속에 빅코로 최의 시절이 오면

뼛속까지 전이되는 빅토르 최의 락으로 내 생이 말기에 이르러도 좋다.

그것이 내 숙원이고 늙은 꿈

 

계간 『리토피아』 2021년 여름호 발표

 

 


 

김왕노 시인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슬픔도 진화한다』,『말 달리자 아버지』, 『그리운 파란만장』,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등이 있음.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문학상, 2008년 제3회 지리산문학상, 2016년 제2회 디카시 작품상과 같은 해 수원문학대상, 2017년 한성기 문학상, 2018년 제 11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 2019년 시작문학상과 같은 해 풀꽃문학상 등 수상.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금 등 5 회 수혜.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현대시학회장 역임. 현재 『시와 경계』 주간, 수원문학 주간, 한국디카시 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