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 시인 / 찔레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곡두서니 물든 두 뺨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춤으로 주마 내 어찌 잊었겠느냐 가시덤불에 펼쳐진 알몸 사금파리에 찔리며 너를 꺾던 새순 돋는 가시 껍질 째 씹던 나의 달디단 전율을 스무 해전쯤의 헛구역질을
<2004년>-『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30』(조선일보 연재, 2008)
이근배 시인 / 살다가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시인생각.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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