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미 시인 / 어머니의 우물
한 번도 살얼음이 낀 적 없다
언제 마중물을 부을 때가 있을까 도무지 수심을 알 수 없다
가끔씩 깊고도 맑은 나이테가 스치고 숱한 협곡을 건너온 구름이 지나가고
누구나 두레박줄 내려 목마른 생의 노숙 푹 - 적시고 싶은
세상 지도에 없는 단 하나의 희망, 천길 심연의
문현미 시인 / 어미새의 날개는 젖지 않는다
타이어를 녹이는 땡볕 아래 몇 차례 희미한 곡선이 힐끗
어느 새 소낙비 쏟아지기 시작하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새, 기어이 빗속을 뚫고 부지런히 둥지를 찾는다
뻐꾸기 새끼들 빵긋빵끗 작은 주둥이에 푸른 물이 배어드는데
어서 먹고 휠휠 날아라!
어미의 오목한 눈방울에 담긴 가장 어여뿐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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