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두자 시인 / 귀가 펄럭인다
천정에서 의자들이 마구 걸어 다녀 피아노 건반들도 지 멋대로 날아다녀
창문을 꼭꼭 여미고 커텐을 내리고 오디오에다 주파수를 맞추고 커피 잔을 들고 서성인다
틈새로 파고드는 이명소리 달팽이관에 어지럼들이 거어 나와
펄럭이는 귀를 막고 구겨 넣어도 보네
식탁과 의자가 출렁인다 흘러내리는 방 건반과 음표들이 쏟아지는 방 불면의 비탈에서 꽃잎들이 휘날려
층과 층 사이아 울컥거려
신경 줄을 붙잡고 쓰다듬어도 마음은 방전되질 않고 콜라처럼 자꾸 뽀글거린다
덜컹이른 소리를 지우고 층층 어둠에서 고요히 휘어지는 장막 머리위로 포물서늘 그리는 팔 다리
기울어진 눈썹 사이로 불이 켜지고 커텐을 잡아당긴 백야 고흐의 잘린 귀와 해바라기들이 사소한 분노라고 와글거리네
<시와사상 16년 겨울호>
하두자 시인 / 블라인드
창문 너머로 달아나는 당신의 그림자를 머리카락으로 휘감고 바닥으로 뉘이면 물속에 잠긴 듯 저녁은 한없이 느려진다 하루쯤 늦게 오고 혹은 하루쯤 먼저 갈 수도 있는 나와 당신의 거리는 다르다 한 번도 만나질 수도 없고 만나질 수도 있는
오늘도 여전히 꺼져있는 밤의 조명 어둠은 자주 들킨다 조용히 블라인드를 내리면
창문 없이도 이쪽과 저쪽이 구분되고 내 몸이 감옥인지 내 맘이 얼룩인지 포박된 빛들이 틈새로 새어나가고 있 다 안과 밖을 구분하지 못 한 채 먼 곳은 처음부터 끝까 지 먼 곳이다 한 번 만날 수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피사체는 한 걸음에 달아나고 더 짙은 사슬이 밀려든다 발아래 까지는 납작한 구덩이가 된다
「시와세계」 65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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