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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신동엽 시인 / 담배 연기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2.

신동엽 시인 / 담배 연기처럼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머릴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 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파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신동엽(申東曄,) 시인(1930년-1969년)

1930년 충남 부여읍 동남리에서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전주사범학교에 입학. 1949년 부여 주변에 있는 국민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으나 3일 만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 1953년 단국대를 졸업한 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자취방을 얻어 돈암동 네 거리에 헌책방을 열었다. 신동엽은 이때 이화여고 3학년이던 부인 인병선을 만나 1957년 인병선과 결혼한 뒤 고향으로 낙향하여 충남 보령군 주산농업고등학교 교사로 부임. 1958년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을 앓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 돈암동 처가에 아내와 자녀를 올려 보낸 뒤 고향 부여에서 요양. 1959년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를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