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기 시인 / 곁
당신은 파도의 곁이 되고 싶다 했다
바람이 불던 날 손을 맞잡고 걷던 바닷가에서 문득 던진 그 말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그 말이 밀려와 내 발목을 적셨다
어디서부터 온지 모를 아득함으로 끝내 넘지 못하는 기다림으로 오늘은 파도의 곁이고 싶다
그냥, 그냥 있어도 된다는 그 말 기댄 머리를 바라보다 지금 내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졌으면 좋겠다
그대 곁을 더듬으며 한 호흡, 한 호흡마다 떨궈놓은 생각
당신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홍철기 시인 / 지구가 나보다 먼저 가고 있다
걸을 때마다 물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요 내 귀에는 물이 흘러요 아, 나는 물방울이에요 따로 움직이는 몸짓은 눈에 잘 띄어서 그날 밤 짧은 다리로 뒤척이는 걸 알았어요
다르다는 이유로 일생이 흔들렸던 사람 알고 있어요 나는 지금 물처럼 걷는 연습을 하고 세상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찾고 있죠
횡단보도 앞에서 절룩이던 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요 오늘, 말없이 가다 마주친 사거리에서 듣지 못한 말들이 아는 척을 해요 다리가 길어지면 긴 꿈을 꿀 수 있을텐데 넘어지지 않게 붙들고 싶은 하루가 튀어나와 붙잡아 준다면 가능할까요
씩씩하게 내딛는 걸음에 내일은 물이 넘치는 소리로 가득할거에요 늘 궁금했어요 나는 왜 지구보다 늦게 가고 있는 걸까요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금숙 시인 / 사과나무 아래서 나 그대를 깨웠네* 외 3편 (0) | 2021.10.21 |
---|---|
고명자 시인 / 안부 외 4편 (0) | 2021.10.21 |
고명자 시인 / 첫눈 외 3편 (0) | 2021.10.20 |
김진규 시인 / 대화 외 2편 (0) | 2021.10.20 |
박주용 시인 / 옹이 외 3편 (0) | 2021.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