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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진희 시조시인 / 내 마음의 낙관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6.

김진희 시인 / 내 마음의 낙관

 

 

단숨에 빨아들이는 그런 글 없을까요

안개비 젖어들 듯 촉촉히 젖는 가슴

볕살도 좋은 어느 한낮 잘 여문 알곡처럼

첫 만남에 설레는 설익은 풋정 말고

고열에 펄펄 끓어 단 내음 물씬 나는

영혼을 빚는 도자기 도공의 손길처럼

바람 같은 붓 터치에 떨리는 손끝마다

솔향기 묻어나와 은은히 배어들다

온 몸에 휘감기는 전율 일필휘지를 꿈꾸며

 

 


 

 

김진희 시인 / 연리목

 

 

연분홍 바람소리

시간을

멈춰놓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뻐꾹새

풀어놓고

 

산그늘

앞섶 여미는

낙화암 위

노부부

 

 


 

 

김진희 시인 / 가시연꽃

 

 

뿌리째 흔들리는

네 삶은 저 깊은 늪

 

홍등가의 여인처럼

썩어가는 등창에도

 

사랑에

몸져 누운 잎

가시세워

부르는 절창

 

 


 

김진희(1957~ ) 시조시인

199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문학> 등단. 시집 <내마음의 낙관>. 시선집 <슬픔의 안쪽>. <바람의 부족部族>. 경남시조문학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