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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시인 / 매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 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 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날아 도망갈 수 없을 만큼의 힘 매받이는 안다 결국 돌아와야 하는 나의 운명과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야성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꿩이 튀어 오른다
윤성학 시인 / 화분
당신의 마음을 들다가 삐끗했네 그게 그렇게 무거울 줄 몰랐네 들긴 들었는데 어디다 내려놓을지 몰라 허둥대다가 아무 데나 놓고 말았네
윤성학 시인 / 선셋 라이더
해가 진다 원효대교 남단 끝자락 퀵서비스 라이더 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 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 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 라이더는 알지 못하네 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을
ㅡ 『시인수첩』(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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