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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성학 시인 / 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7.

윤성학 시인 / 매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 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 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날아 도망갈 수 없을 만큼의 힘

매받이는 안다

결국 돌아와야 하는 나의 운명과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야성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꿩이 튀어 오른다

 

 


 

 

윤성학 시인 / 화분

 

 

당신의 마음을 들다가

삐끗했네

그게 그렇게 무거울 줄 몰랐네

들긴 들었는데

어디다 내려놓을지 몰라 허둥대다가

아무 데나 놓고 말았네

 

 


 

 

윤성학 시인 / 선셋 라이더

 

 

해가 진다

원효대교 남단 끝자락

퀵서비스 라이더

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

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

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

라이더는 알지 못하네

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을

 

ㅡ 『시인수첩』(2021, 여름호)

 

 


 

윤성학 시인

1971년 서울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문화일보》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 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당랑권 전성시대』(창작과비평사, 2006). 『쌍칼이라 불러다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