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시인 / 올리브 동산의 7월 칠석七夕
‘그 여름에 리키아로 떠나는 건 아니래’ ㅡ故 김희준의 시 「7월 28일」중에서
그 여름의 7월은 김희준 시인에게 태양력에서 녹아내린 밀가루반죽 올리브 동산의 급경사면이었을까
서로의 발톱을 깎아주다가 몸에 새긴 패랭이꽃 꽃 모양이 입체적이 아니라고 서로의 모서리가 아프도록 뾰족한 말을 주고받다가 웃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사슴뿔을 새긴 허리 아래 문신이 외벽을 타고 허공으로 파고들던
계절이 아닌 여름이 비를 뿌리고 오다가 꽃들이 저물기엔 너무 이른 밤으로 멀리 떠나는 심야의 불빛처럼 포말하우트의 농무처럼 몽롱한 안개 속에 꺼내든 시는 발가락이 갯벌에 닳는 막연한 기분 마틸다, 어서 짐을 싸자 마틸다 순결한 키스는 열 살 때 상처 밖에 없는 파과처럼 파삭파삭
눈두덩에 접혔다 그랬다
금기된 사랑이라 발설하지 못했던 7월이 기승을 부렸다 라고 고백한 것도 7월
방황하는 너 영영 발음되지 않는 이름을 지우개로 지우기 위해 마틸다, 너는 떠났다
그 여름에 리키아로 떠나는 건 아닌데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계간 『시와 편견』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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