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경 시인 / 소등
별들이 점멸하는 밤의 액자와 스탠드불 먼곳에서 온 낯선 난쟁이들과 거인 이방자들에 속하지 않는 중간 키크기의 민족들이 선한 기운을 품는다.
아홉시가 되면 모든 입실이 끝나고 죽음이 창렬한 고요처럼 찾아오는 자정 같은 어둠이다.
날 똑바로 봐, 긴 시간을 태옆구멍에 말아 넣어올리며 미끄럼틀 타듯 내려가는 공간을 우리들, 꿈의 바닥이라 불렀었지.
출몰하는 하루살이 떼들. 노을을 지게처럼 이고선 가로 밖 느티나무, 늙다란 참나무에 걸어놓은 램프마저 소등 때다.
기회가 세번 있다는 옛 경구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아예 없었다, 우리 생엔. 알고보니 우리가 운, 그 자체였다 행복한가, 아니한가 행복하지 아니한가, 행복한가 아카시아 잎을따며 묻던 중얼거림 계망초 꽃이 필 때, 우린 다 울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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