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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효경 시인 / 소등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1.

구효경 시인 / 소등

 

 

별들이 점멸하는 밤의 액자와 스탠드불

먼곳에서 온 낯선 난쟁이들과

거인 이방자들에 속하지 않는

중간 키크기의 민족들이 선한 기운을 품는다.

 

아홉시가 되면 모든 입실이 끝나고

죽음이 창렬한 고요처럼 찾아오는

자정 같은 어둠이다.

 

날 똑바로 봐, 긴 시간을 태옆구멍에

말아 넣어올리며

미끄럼틀 타듯 내려가는 공간을

우리들, 꿈의 바닥이라 불렀었지.

 

출몰하는 하루살이 떼들.

노을을 지게처럼 이고선

가로 밖 느티나무,

늙다란 참나무에 걸어놓은

램프마저 소등 때다.

 

기회가 세번 있다는 옛 경구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아예 없었다, 우리 생엔.

알고보니 우리가 운, 그 자체였다

행복한가, 아니한가

행복하지 아니한가, 행복한가

아카시아 잎을따며 묻던 중얼거림

계망초 꽃이 필 때, 우린 다 울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구효경 시인

1987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 전남과학대학 화훼원예과 중퇴. 2014년 제3회 웹진 《시인광장》 新人賞 公募에 〈쇼팽의 푸른 노트와 벙어리 가수의 서가〉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현재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