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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변창렬 시인 / 비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3.

변창렬 시인 / 비

 

 

오는 소리에

한생을 걸었다

 

참고 참던 설음을

터치는 순간

번개로 후려치고 싶지만

포곤한 가랑비로

촉촉히 적셔주는 그 맘씨

 

부뚜막 구석에 숨겨 둔

누룽지 맛으로

살풋이 녹아 내리는 기분

 

부드러운 숨결로

거친숨결 보듬을적에

나의 피는

소나기로 쏟아 진다

 

비가 오면

엄마생각 난다고 하신 어머님 말씀

차분한 가랑비로 다가 온다

 

 


 

 

변창렬 시인 / 무제

 

 

돌이 부처가 된 절에

부처되려는 내가

돌이 되고 말았다

 

돌이 웃으면

산이 흔들린다고

부처님 침묵 지킬 때

나는 걷기만 했다

돌고 돌아 산을 돌았지만

돌만 돌고 말았다

 

돌이 무거워 말이 없나

바람도 옆에 기대여

점잖게 묵도하고 있나니

나를 닮은 부처는

돌로 태여 날 태몽

꿀수없다고 빌고 있다

 

 


 

 

변창렬 시인 / 자두

 

 

마감철이라 해도

설익은 자살이다

 

검붉은 얼굴이여도

헐은 웅뎅이 하나

꼭지에 힘을 푸는 아픔

 

꼭지까지 뻗은 터널은

벌레의 고속도로인지라

익었다고 착각 할

마지막 웃음도 잃었다

 

툭 떨어져

칠성판 저울에 올라 갔어도

벌레의 무게는 여전한

자두의 무게로 지지눌러

한입 떼먹으면 세콤한 맛 뿐이다

 

 


 

변창렬 시인

1958년 길림성 서란시 출생. 필명 변계수(卞季秀). 1979년「도라지」잡지로 등단. 길림신문, 도라지, 연변문학, 한국「심상」으로 작품 활동. 2013년 동포문학상 수상. 한민족작가회 상임시인. 재한동포문학회 시분과위원장. 현대시인협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원. 중국연변작가협회원. 글동네2002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