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렬 시인 / 비
오는 소리에 한생을 걸었다
참고 참던 설음을 터치는 순간 번개로 후려치고 싶지만 포곤한 가랑비로 촉촉히 적셔주는 그 맘씨
부뚜막 구석에 숨겨 둔 누룽지 맛으로 살풋이 녹아 내리는 기분
부드러운 숨결로 거친숨결 보듬을적에 나의 피는 소나기로 쏟아 진다
비가 오면 엄마생각 난다고 하신 어머님 말씀 차분한 가랑비로 다가 온다
변창렬 시인 / 무제
돌이 부처가 된 절에 부처되려는 내가 돌이 되고 말았다
돌이 웃으면 산이 흔들린다고 부처님 침묵 지킬 때 나는 걷기만 했다 돌고 돌아 산을 돌았지만 돌만 돌고 말았다
돌이 무거워 말이 없나 바람도 옆에 기대여 점잖게 묵도하고 있나니 나를 닮은 부처는 돌로 태여 날 태몽 꿀수없다고 빌고 있다
변창렬 시인 / 자두
마감철이라 해도 설익은 자살이다
검붉은 얼굴이여도 헐은 웅뎅이 하나 꼭지에 힘을 푸는 아픔
꼭지까지 뻗은 터널은 벌레의 고속도로인지라 익었다고 착각 할 마지막 웃음도 잃었다
툭 떨어져 칠성판 저울에 올라 갔어도 벌레의 무게는 여전한 자두의 무게로 지지눌러 한입 떼먹으면 세콤한 맛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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