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학 시인 / 억새꽃
솜털구름 낮게 내려앉고 눈부신 가을해살이 소슬(蕭瑟)바람에 흔들리면
바람꽃으로 피어나 서걱거리는 감미로운 억새꽃 숨소리 만리(萬里)를 간다
매끄러운 은빛물결 속살의 속삭임에 짙어가는 가을향기
고요한 사색(思索)의 심연(深淵)에서 솟구치는 가슴 벅찬 감흥 가을을 수(繡) 놓는다
아 ! 가을이구나
문재학 시인 / 동지팥죽의 추억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 한없이 포근한 가족의 온기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스라한 그날
도란도란 화롯가에 둘러앉아 환담 속에 굴리던 새알
한 살 더 먹는 나이 수만큼 먹으라는 그 새알들. 동지팥죽 솥뚜껑 소리에 익어갔다.
호롱불에 타던 기나긴 밤 문풍지 울리는 설한풍(雪寒風)에 자리끼도 얼던 동지 날
잡귀 물리치려 집안 곳곳에 솔가지로 뿌리던 동지팥죽 새하얀 눈 위를 붉게 물들였다.
가족 안녕을 비는 어머니 지극 정성에 강추위도 녹았다.
세월의 강물에 출렁이는 꿈결같이 아련한 그 시절이 그리워라.
문재학 시인 / 시인
눈물의 창가에 흔들리는 임이여 애간장을 녹이던 황금빛 미소가 밤마다 꿈길마다 왜 이리 가슴을 파고들까
사랑의 향기로 젖었던 아득한 세월 저편에 머나먼 추억의 빛들이 잊지 못할 그리움으로 물들어오네.
한숨 끝에 흐르는 가련한 임이여 찾아드는 어둠속에 환영으로 다가와도 바람처럼 구름처럼 잡을 수가 없어라.
마음에 달아오르는 회한(悔恨) 따라 그 옛날 행복의 씨앗들이 한 서린 서러움으로 남아 이 밤도 어둠속에 홀로 태우네
문재학 시인 / 그리움의 꽃 시인
그리움은 세월의 그림자인가 애틋한 임의 모습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만 가네.
정수리를 맴도는 상념의 회오리 바람의 희롱으로 남아 기나긴 탄식으로 흐르고
행복했던 순간 그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세월의 깊이로 아려온다.
이별의 운명이 가로 막아도 무정세월이 흔들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임이여
맑은 영혼 속에 피어나는 임의 환영(幻影)은 아득한 그리움의 꽃이어라
문재학 시인 / 설한풍(雪寒風)
노루꼬리로 자란 짧은 해가 긴 그림자 드리우는 겨울 산하
유리알로 흘러내리는 투명한 하늘 눈이 시리다.
설경을 타고 오는 매서운 칼바람 앙상한 가지위에 울고
계곡을 불어 올리는 설한풍 한줌 햇살마저 걷어내니
백설로 피어오르는 대지의 숨소리 찡한 코끝으로 스며든다.
문재학 시인 / 겨울 산책길
꽁꽁 냉기에 졸고 있는 가로등을 깨우며 걷는 새벽 산책길 시린 눈이 아리다.
어둠을 더듬는 발길위로 파란 하늘의 별빛이 물들고
희뿌연 강물위로 새벽공기를 깨는 철새들의 아우성 하늘엔 정겨운 기러기들의 합창이 어둠을 밝히며 추위를 녹인다.
서릿발로 일어서는 길 따라 건강에 대한 열정을 다짐하며 보폭에 바람을 일으키는 산책길
앙상한 나목(裸木)사이로 뿌리는 만월(滿月)의 환한 미소를 가슴에 안고 걷노라면
상쾌한 삶의 땀방울이 촉촉이 어깨를 적셔온다. 야릇한 희열(喜悅)를 거느리고
문재학 시인 / 인정(人情)
사람의 가슴마다 따뜻이 흐르는 혼(魂)불
그윽이 피어나는 한없이 포근한 인품의 향기여라
각박한 세상 먹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에 쏟아내는 햇살같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케 하는 소리 없는 사랑의 바이러스
눈가에는 미소의 빛으로 어리고 입가에는 감미로운 숨결이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길에 인정(人情)은 베풀수록 달콤한 행복으로 다가오리라.
살맛나는 훈훈한 세상 환한 미소를 거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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