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서 시인 / 인공폭포
정적의 사구 쪽으로 몸 굴리는 노련한 스턴트맨의 계산된 낙법이다
절벽에 닿고서야 불현듯 공복 상태인 기억 뿌리째 뒤흔들어보는 제 안에 날뛰는 말 방망이 침 튀기며 휘둘러대는 오거리의 알몸 거인은 어디에다 저의 길을 만드나
공명의 골짜기 앗긴 그 산의 데드 마스크, 식은 혀뿌리 뽑아 헹구며 제 울음 공중에 던져 빨래처럼 넌다
류인서 시인 / 꽃 진 자리
꽃잎 지고 난 가을 뜰에서 한 중심을 향해 둘러앉은 시간의 고분군을 만납니다 불붙어 싸우던 허공마다 깜깜하게 깊어진 그늘이 봉분처럼 돋아올라 빛을 삼키며 침묵의 블랙홀로 가고 있네요 날아오르고 싶은 바람홀씨들 기억 저 끝과 이 끝은 유물로 가라앉아 있을까요
벽화 속의 채운(彩雲) 하늘과 하늘을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는 붉은 해 해의 동공에 사는 세발까마귀 눈뜨고, 웅얼웅얼 오음음계 노랫소리 꽃물처럼 번져나와 바람 깨워 흔들며 내게로 스밉니다 그 노래를 배음으로 이울었다가 다시 부풀기도 하는 먼바다의 더 먼 별자리까지 궁상각치우, 익고 익어 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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