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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리호 시인 / 인디언달력을 표절할 시인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4.

리호 시인 / 인디언달력을 표절할 시인들

 

 

月요일로 시작하거나 자궁으로 끝나거나 0으로 시작하거나 벼랑으로 끝나거나 A로 시작하거나 시집으로 끝나거나 ㄱ으로 시작하거나 당신으로 끝나는

 

도로 건너가거나 빨강으로 점을 찍거나 아인슈타인으로 건너가거나 봄으로 점을 그리거나 니체의 입으로 건너거나 뉴턴의 머리로 점을 잇거나 융으로 건너거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거나

 

1월로 이불을 사거나 수성으로 가는 우주선에서 졸거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잠꼬대를 받아 적거나 컴퓨터 앞에서 코를 골거나

석류석으로 친구를 만들거나 노송나무로 부활을 꿈꾸거나

슬로우 진 사우어로 신문을 만들어 물병자리로 보내고 사과나무와 너도밤나무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을 한 뒤

 

3이란 숫자를 33번 써보도록 하지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무엇으로 보이나요 고흐의 귀, 바리케이드, 땅콩, 엉덩이, 거품목욕, 비둘기 똥, 묵주의 기도, 급식소 노인들, 인디언추장의 목소리 (괄호를 채워보세요) (ㅇㅇ), (ㅇㅇㅇ), (ㅇㅇㅇㅇ), (ㅇ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

지나가는 길에 꽈리가 주홍 옷을 입은 꽈리가, 하나 땄지요 3인 줄 알았어요 따도 되는 줄

 

그래서 비가 내릴 거라고 33333 물방울 튈 거라고 물병에 가득 담아 사과나무와 너도밤나무에 물도 줄 거라고 사과가 열리면 반은 뉴턴에게 반은 코 고는 컴퓨터 팬 앞에 놓을 거라는

사과 향 바람이 불겠지, 13월에 지퍼를 열어 곰으로 태어난 당신을 꺼내겠지, 그래서 오늘이 월요일이겠지

 

머리에 깃털 하나 꽂고 피아노 앞에 앉아 시를 쓰는,

 

 


 

 

리호 시인 / 기다리는 산이라 불리는 몽상가의 이모티콘

 

 

높은 대문에 큰 글씨로 메모를 붙여놓았다

오늘은 연극이나 뮤지컬로 먹자

 

몽상가에 대하여 이모티콘을 만드는 중이다

만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익스큐즈미 사진틀로 나오는 오마이갓

 

조금만 졸고 있을 게 죽을 시간에 깨워줘

침대가 대문이 되는 순간에 파란색으로 줄무늬를 그리고

꿈을 하나씩 파는 거지

제일 비싼 꿈을 사는 사람을 경매사로 스카우트하면 연봉이 비싸겠지

원격 조정하는 자가 침팬지라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라지는 사람들이 사카린 가루로 변하지도 하지

시계를 읽으면 숫자가 허물어지며 니체를 부르기도 하고

 

배지 하나를 사면 도장 하나를 버리고

하늘로 붕 뜨면 노란 고양이 한 마리 어부바를 한 여자

구름으로 변하는 사람들 모두 머리 나발 하나씩 이고 바다로 가나

손목시계 바늘이 녹아들어 가고 있다 이모티콘을 눌러버렸지

컷, 다음 행성은 시장을 지나 꽈배기 호떡집을 어슬렁 주차장은 없고 버스 두 대가 올 거야 불두화가 활짝 핀 산 몇 번 몇 번

 

* 웨이킹라이프라는 애니 봤어요?

* 빨간 머리 여자처럼 실 머리를 하고 싶어요

 

 


 

 

리호 시인 / 인수분해

 

 

 무당벌레=무당×벌레=나를 그리 부르는 사람이 웃더니×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돈을 원함

 

 장수하늘소=장수×하늘×소=심 목수의 딸들이 흩어져 장사꾼이 된 후 가장 잘 된 케이스는 돌 장수였다×하늘에 계실까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의 뜻과 내 뜻이 땅에서는 같을까 뼈까지 우려먹을 지구에서는 홈이란 단어가 없음

 

 돼지감자=돼지×감자=돼지×감×자=내가 바닥을 택한 이유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지×싹이 나고 잎이 나면 주먹이 더 세짐=내가 바닥을 택한 이유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지×말려서 줄줄 막대에 줄줄 하나씩 없앨 때마다 분내 나는 봄

 

 개구리=개구×리=매일 아침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키우는 동물 중에 가장 값비싼 것은×그가 살던 곳에 한참 달려 있다가 떨어진 폐차장의 종소리와 종소리

 

 몇 명의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분풀이 대상을 찾는다

 벌건 대낮 살인 도구를 찾는 까뮈처럼

 

 


 

리호 시인

2014년 《실천문학》 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제3회 이해조문학상 수상.〈디카시작품상〉 수상. 시집 『기타와 바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