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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강로 시인 / 물결스케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1.

윤강로 시인 / 물결스케치

 

 

암담한 바다에 바람소리 거세다

꿈과 열정의 허물어짐이여

별하나 네 앞에 떠오른다

바다는 별의 고향

부드러운 저음으로 웃네

세상 알수없어서

멋대로 물결친다

바다 넓어서

나는 허망한 꿈을

편하게 버린다

내거 바다래도

바다가 나래도

어쩔수없어

물결칠수밖에 없어

 

 


 

 

윤강로 시인 / 꽃향기, 메리 크리스마스

 

 

책갈피에서 툭, 방바닥에 떨어진

크리스마스 카아드

어머니가 눈 내리는 계절 캐나다에서 보내 주신

크리스마스 카아드, 어머니의 음성이 귓가에

다가와 눈보라친다

포인세티아 꽃잎 붉은 크리스마스 카아드에

눈 나려 나려

생전에 주시던 글월은 언제나 별처럼

빛났다, 얘야 하나님 말씀 순종하여

집안 잘 다스리거라……  

문풍지 속 떨리는 바람소리로 혹한의 세월을

견디시던 생애

 

지금은 5월, 꽃잎 날려, 라일락 향기

크리스마스 카아드에

가득히 눈 나려 나려

어머니,

메리 크리스마스.

 

 


 

윤강로(尹崗老) 시인

1938년 중국 길림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76년 《심상》으로 등단(박목월, 박남수, 김종길 심사). 시집으로 『불꽃놀이』, 『피피피 새가 운다』, 『비어있음의 풍경』, 『별똥 전쟁』, 『사람마다 가슴에 바람이 분다』, 『작은 것들에 대하여』 등이 있음.  2011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보성고등학교 교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