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명 시인 / 당분간 박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날개가 있다 지구의 나뭇가지들 사이 아침이 오는 방향으로 의자를 놓은다
먼지 앉을 틈도 없이 글자를 오래 파먹는 마법이 밥그릇이 되는 천국 세상 홀대의 눈물이 생활의 밑간이 되는 나날
폐부에 맹독의 말을 건네며 귓바퀴를 걸어오는 입술이 있다
누구야? 머리채를 끌고 공원으로 데려온 사람?
낮달이 식어 떠 있듯 암체도 꽃처럼 붉은 냄새로 떠다니는 여기
꽃말에 자기를 이입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좀 봐 발광의 시간이야 공중으로 꽃말을 터트려야지
몇 년째 연애에 대한 백신을 맞아 드라이플라워처럼 침묵을 사수 중이다 당분간
당분간은 저기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을 이미 죽여 버렸는지 모른다 어디에도 이름 붙일 수 없을지 모른다
(시집『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파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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