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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병근 시인 / 빗방울 조문객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8.

최병근 시인 / 빗방울 조문객

 

 

청양 천장호 둘레길 출렁다리 위

우산 쓴 조문객들

먹구름에서 발아한 슬픔은

물낯에 제 모습 비춰 볼 겨를도 없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감정엔 온도가 없다

소리는, 귀에 흘러들어

빈 호수에 동심원을 펼쳐 보인다

모든 눈길들이

빗방울에 모여 있다 지워진다

 

내일이면 지워질 슬픔은 어떤 빛깔인가

산색(山色)도 젖어 초록이 짙은데

지상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투신

수면에 부딪히자마자 사라지는

불투명한 안개의 핏물들

 

누구였는가 이 하루

여린 빗방울로 사라진 주인공은

 

웹진 『시인광장』 2021년 10월호 발표

 

 


 

최병근 시인

충남 보령에서 출생, 2019년 《문예연구》와 2020년《애지》로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지휘자』『말의 활주로』가 있음. 현재〈수레바퀴〉와〈시산맥〉〈텃밭〉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