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근 시인 / 빗방울 조문객
청양 천장호 둘레길 출렁다리 위 우산 쓴 조문객들 먹구름에서 발아한 슬픔은 물낯에 제 모습 비춰 볼 겨를도 없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감정엔 온도가 없다 소리는, 귀에 흘러들어 빈 호수에 동심원을 펼쳐 보인다 모든 눈길들이 빗방울에 모여 있다 지워진다
내일이면 지워질 슬픔은 어떤 빛깔인가 산색(山色)도 젖어 초록이 짙은데 지상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투신 수면에 부딪히자마자 사라지는 불투명한 안개의 핏물들
누구였는가 이 하루 여린 빗방울로 사라진 주인공은
웹진 『시인광장』 2021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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