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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선희 시인 / 나는 저항하지 않겠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8.

양선희 시인 / 나는 저항하지 않겠다

 

 

사랑아

내게 못을 더 박아다오.

짧고 가는 못보다는 굵고 긴 못을

장도리로는 빼낼 수 없게 깊이

아주 깊숙이 박아다오.

쇠망치로 박을 수 없는

면역이 생긴 곳에는 전기 드릴로

더 이상 빈자리가 없을 때까지

내게 못을 박아다오.

네가 박은 못들을 기어이

내 체온으로 썩혀

내 살로 만들 때까지

내 너를 추억할 수 있도록

사랑아.

제발 내게 더 많은 못을 박아다오.

 

시집 - 그 인연에 울다

 

 


 

 

양선희 시인 / 구름을 넘어

 

 

살고 싶은 곳에서

구름이 배달되었다.

 

구름 강

구름 산

구름 나무

구름 고래

구름 고양이

구름 책

 

우아한 방법으로 포장을 연다.

구름을 한 개씩 들어낸다.

 

구름을 잡으러 갔던

순수한 나

걸어 나온다.

 

가벼워진다. 구름을 넘어.

 

- 시집 『봄날에 연애』 (지혜, 2021)

 


 

양선희 시인

1960년 경남 함양군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에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등. 외 9편을 발표하여 등단.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로 등단. 시집으로는 『일기를 구기다』(1991)와 『그 인연에 울다』(2001)가 있고, 장편 소설로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1993)가 있고, 이명세 감독과 영화 <첫사랑>의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