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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 시인 / 차를 마시며
현룡사 스님께 두어 주먹 얻어 온 화개잎차
한잔 마시려고 마알갛게 우리니 방안 가득 목탁소리가 퉁긴다 풍경 흔들던 산바람 일어서 내 코끝을 휘감았다 놓아준다 천수봉 골짜기 쓸어올리던 종소리 맑은 이슬로 고이고 찻잔 가득 녹아 있던 산새의 재잘거림이 모락모락 기어 나온다 눈 감으면 비로소 들린다 빈 가슴속에 불어오는 산사 뒤 숲의 대바람 소리
입안 가득 번지는 햇살의 미소
『나를 발효시킨다』,이가희, 문학세계사, 2004년, 11쪽
이가희 시인 / 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항아리 속 검은 보자기 아래 노란 꽃술들, 살짝살짝 보자기를 들어 올리며 고르게 숨을 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끼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살 차 오르는 둥글 달을 보는 것 같은데 물관부를 따라 물길어 나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4분 음표들, 방안을 뛰어 다닐 것 같은데
숨쉬는 일이란 틈새를 비집고 촘촘한 영토를 다스리는 일, 고개를 떨군 채 生을 수직상승 시키는 일이다
[시와 정신]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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