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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철문 시인 / 산벚나무의 저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9.

장철문 시인 / 산벚나무의 저녁

 

 

 민박 표지도 없는 외딴집. 아들은 저 아래 터널 뚫는 공사장에서 죽고, 며늘아기는 보상금을 들고 집을 나갔다 한다. 산채나물에 숭늉까지 잘 얻어먹고, 삐그덕거리는 널빤지 밑이 휑한 뒷간을 걱정하며 화장지를 가지러 간다. 삽짝 없는 돌담 한켠 산벚꽃이 환하다. 손주놈이 뽀르르 나와 마당 가운데서 엉덩이를 깐다. 득달같이 달려온 누렁이가, 땅에 떨어질세라 가래똥을 널름널름 받아 먹는다. 누렁이는 다시 산벚나무 우듬지를 향해 들린 똥꼬를 찰지게 핥는다. 손주놈이 마루로 올라서자 내게로 달려온 녀석이 앞가슴으로 뛰어오른다. 주춤주춤 물러서는 꼴을 까르르 웃던 손주놈이 내려와 녀석의 목덜미를 쓴다. 녀석은 꼬리를 상모같이 흔들며 긴 혓바닥으로 손주놈의 턱을 바투 핥는다. 저물어가는 골짜기 산벚꽃이 희다.

 

시집 - 산벚나무의 저녁 2003 창비

 

 


 

 

장철문 시인 / 하루살이, 하루살이떼

 

 

지랄, 지랄

저것들이 저렇게 환장허게, 육실허게 붐벼쌓는 건

살아서 좋다는 것인가

살아서 못살겠다는 것인가

염병,염병

저것들이 저토록 몰켜쌓는 건

어쩌란 것인가

어떻단 것인가

오살,오살

서산에는 막걸리 한 동이 걸판진데,

바짓가랭이 타고 오르는

풀냄새

환장 헐 풀냄새

어떤 여편네 와서

가슴패기 호밋날로 칵 찍어 줬으면

육실,육실

저것들이 왜 저 지랄인가

이것이 왜 이 지랄인가

이 물살,

가슴물살 살물살을 어쩌자는 것인가

어쩌라는 것인가

 


 

장철문 시인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마른 풀잎의 노래> 외 6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