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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호 시인 / 우연한 여행자
1 길에서 사랑 하나를 주웠다. 내가 그를 주웠든지 그가 나를 향해 걸어왔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 보푸라기 같은 감정들이 귀를 열고 올을 세우며 가늘게 눈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내가 그의 곁으로, 그가 내 곁으로 왔다.
2 나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 그가 나의 마음에 와 닿은 것이든 내가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든,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나와 그, 지금은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눈물겹게 꽃은 피고 있다는 것. 어떻게 하면 이 여행을 평온하고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것. 그가 나와 함께 간다. 오래지 않아 해는 짧아지고 추워질 것을 예감한다. 그러나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랴. 그가 내 옆에서 아주 산다.
유문호 시인 / 벽
어느날 인사동 일방통행 길에 나, 체증처럼 얹혀 있었네 오랫동안 만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와 책갈피처럼 마주앉아 있었네
그는 그대로 서른을 살았고 나는 나대로 또 서른을 살았네
우리들의 페이지는 오랫동안 만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곳에서 한 장도 넘겨지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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